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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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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하늘에만 떠다니는 게 아니다. 저수지 뽀짝 윗동네 오래된 함석집엔 ‘구름’이란 이름의 아이가 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어떤 사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부부의 연을 끊은 뒤 외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란 구름은 이제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구름이가 기숙사에서 밀린 빨래를 가져오는 날은 소위 놀토나 가지가지 공휴일. 여름한철 촌닭 백숙을 파는 가게로 근근이 생계를 잇는 할머니댁. 여름 아닌 겨울인데도 닭죽 끓이는 군불이 모락모락 오르다가 먼 하늘 흰 구름떼에 보태지기도 한다. 설날 명절을 앞두고 할머니는 손녀딸 구름이 주려고 옥수수 튀밥을 장만하셨다. 튀밥은 마치 하늘을 떠다니는 꼬맹이 작은 구름처럼 생겼겠다. “고 가시내는 밋 없는 차두(밑없는 자루) 맹키로 튀밥을 좋아한단 말이오. 꼬신내(고소한 냄새)도 나고 지 입맛에 달그작작헝게 그랑가 테레비 봄시롱 한도 읎이 묵어재낀 당깨라우. 소락대기(소리)를 질러야 그때서야 그만두재 냅둬불믄 아마 한 차두는 족히 묵어불 것이오. 어디 비름박지(거지)라도 그라코롬 옥시시 튀밥을 좋아헐 것이요이.” 구름이 흉을 보다가 할머니 입꼬리는 오무라드는 게 아니라 외려 귀에 걸리신다. 할머니는 구름이 말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변하고 만다. “제 눈엔 얍실얍실 이쁘게만 생겼습디다” 했더니 더 신이 나서 구름이 이야길 끝도 없이 하신다. 도로보다 아래 위치한 구름이 집은 낮때껏 응달이 져서 한번 내린 눈은 잘 녹지를 않는다. 할머니 몸뻬나 널리던 빨랫줄에 구름이 빨래가 널리는 날은 흰 구름도 길을 틀어 햇님을 덮치지 않는다. 땅에 사는 ‘땅구름’을 위해 한줌 햇볕이라도 보태주려는 하늘구름의 예쁜 마음씨가 그러하다. 늦잠을 저녁나절에야 저수지 둑길로 운동을 나갔는데 구름이가 와 있더라. 멀리 널어둔 빨래만 봐도 그 집 속을 훤히 알겠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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