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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단둘이 마시는 매화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448 추천 수 0 2009.03.04 23: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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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봄눈도 눈 축에 끼는 거라는 듯 눈발만은 성성했다. 하나 다시 봄날, 매화꽃이 사붓사붓 피어오른다. 밭에다 청매 홍매 두루 구하여 심고, 뙈기밭둑엔 알뿌리 꽃식물들을 조르라니 심었더니 봄마다 꽃잔치로 행복하고 다복하구나. 제법 머리가 굵어지면 국물도 없이 싸늘한 배은망덕의 사람세상과는 딴판으로 다르게, 반드시 꽃과 열매로 보답을 주는 매화나무들. 어제 봄눈에 장군죽비로 얻어맞은 듯 정신을 바짝 차린 매화나무는 아주 야무지게 꽃잔을 받들고 섰더라.

건넛마을 엄지머리총각이랑 잘잘거리다가 냇가에 나가 물수제비도 뜨고 놀았더니 출출한 새참. 묵은지 꺼내어 국수를 삶아 비벼먹고, 신선놀음삼아설랑 단둘이 매화차 한 잔. 서울 살 적엔 사글셋방 꽁보리밥에도 감사기도를 바쳤더랬는데 지금 이런 근사한 봄날의 행각은, 내게 너무도 과분한 축복이 아닐 수 없도다!

평소보다 연하게 우린 녹차에 매화꽃 한 송이 조심스럽게 띄우면 새뜻한 꽃향기가 코와 입을 거쳐 머릿속까지… 아- 산란했던 마음들이 정히 차분해진다. 매화꽃 지기 전까지 몇 차례나 더 매화차를 마실 수 있을까. 그대랑 단둘이 오붓한 매화차 다회(茶會), 미리 예약을 해 둔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우리는 자주 만나야 한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사랑하면서 잠들면 경제가 위기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들 무슨 여한이 남으리.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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