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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 <이아무개의 장자산책/삼인>
하지 중에서 않고서 한다
계곡 물이 흐르는 것은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햇빛이 저렇게 쏟아지는 것은 무슨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래서, 물과 햇빛은 온갖 나무와 짐승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하지 않고서 한다고 말한다. 벗 사이의 사귐도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 인간의 사랑도 그런 것이어야 한다. 그 사이에 아무리 하찮은 정도라도 '계산'이 오고간다면 그것은 우정도 사랑도 아니다. 관상수련(觀相修鍊)에서 강조하는 침묵(沈默)에는 말[言語]의 침묵도 있고 의지(意志)의 침묵도 있다. 자기 뜻을 스스로 비우는 것이다. 묵언(默言) 정진(精進)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의지(뜻, 생각, 계획, 판단 따위)를 침묵시키고 정진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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