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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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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만 되어도 같은 반 여자친구랑 둘이 동네 돌아오는 길이 더욱 멀었으면 좋겠단 투다. 느릿느릿 걷는 속도가 말이다. 복숭앗빛으로 서쪽 하늘이 물들어 갈 때면 둘이 살짝궁 손을 잡고 걷기도 한다. 해도 달도 별도 그땐 눈을 감아준다. 우리 동네 초딩들은 일찍 모로 터지고 얍삽한 도시 애들과는 달라서 사춘기가 좀 늦는 거 같다. 집하고 학교 말고는 딴 데로 새는 일 없다. 내복 위에 ‘빤스’를 걸치고 나타난 슈퍼맨은 들킬라 부끄러워서 일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던가. 그보다야 쪼끔 느리겠지만, 죽을 둥 말 둥 숨차게 집으로 달려들 온다. 날마다 보면서도 엄마나 아빠, 할머니는 왜 자꾸만 보고 싶은 걸까? 유치원에 다니는 막둥이들, 돌멩이같이 짱짱한 막내아이가 민들레꽃 노란 원복을 입고 품으로 달려오면 어느 부모나 행복한 미소가 절로 벙그러질 게다.
고추장에 마른 멸치를 찍어 자시며 할아버지들이 정자에서 봄꽃놀이 중. 뉘집 막내인지 점방으로 엄마 심부름을 가다가 “할아부지! 소주 말고 우유를 드세요. 할무니한테 또 혼나시려고요” 하더란다. 그렇게 예쁜 막내 손자를 놓고 할아버지는, 엊그저께 벚꽃이 지던 날 꽃상여를 탔다.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주소도 모르는 하늘집을 잘 찾아가셨는지 모르겠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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