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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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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돌아가신 뒤 유학 갈 작정으로 집을 내놓았었다. 밭까지 딸린 덩치여서 농사를 겸할 임자를 만나지 못했고, 나도 다른 사정이 생겨 그냥 포기하고 눌러앉은 게 오늘까지. 땅 시세를 묻고 다니는 일을 취미 삼은 외지인들이 마을을 훑고 지나가면 개들도 평소보다 사납게 짖고 나도 덩달아 마음이 휑해진다. 잠식이라고 해야 하나. 점차 밀려드는 택지들과 하얀색 조립식 별장들이 얄밉다. 오리지널 촌놈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인도 아닌 경계인이 분명할 나는, 빼도 박도 못한 채 시쳇말로 ‘멍 때리며’ 산다.
동네 부녀회는 아침에 소록도로 관광을 떠났다. 영감님들하고 개들하고 나무들만 동네를 지키겠구나. 이런 날은 또 후딱 시간이 가지도 않는다. 하여 뒷산 진달래가 좋으니 화전놀이나 해볼까나. 마침 누가 쌀가루를 준 게 있어서 반죽을 하고 진달래 꽃숭어리를 따 얹으면 빛깔 좋은 꽃전이 짜잔-. 소록도 관광이 아무리 좋대도 요 재미를 능가하진 못하리라. 용용 죽겠지. 그런데 이 요리사님이 지진 화전을 나눠 잡술 영감님들이 안 보이는군. ‘이 눔의 영감탱이들이 할멈들 없다고 그 새 바람을 피우는 갑서?’ 찾아다녔다. 알고 보니 부녀회 관광엔 영감님들이 필수 휴대품목, 바늘 가는데 실 안갈까. 그럼 나만 버려두었단 소리인데, 이게 왕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순간 살맛이 뚝 떨어지더라. “빨랑 늙어불팅게 지발 놀 때는 나도 낑개서 놀아주셔.” 호기는 어디로 가고 굴욕 모드로다가, 얼마나 섭섭했으면….
<임의진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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