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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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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내린 뒷날, 무른 살갗이 된 논밭에 발목이 쑥- 빠진다. 농부들은 마음조차 바쁘게 생겼다. 나는 당차게 부풀어오른 나무들이 햇살을 받아 몸을 말리고 섰는 숲길을 걷다 돌아와 냉큼 편지지를 꺼냈다. 당신에게 이런저런 봄사연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덧니를 닮아 어긋난 세월들, 그러나 달디단 이야기는 많이도 열려 들려드릴 게 참 많다. 이걸 라디오 방송국에 보내보면 어떨까. 하모니카 불 듯 당신 귀에다 대고 후후 불어보고 싶은 그 많은 이야기, 낭창낭창한 사연들을 말이다.
심심한 밤에는 라디오를 켠다. 집집마다 라디오들이 서로 따뜻하여라. 전깃불로 데워지고, 눈부신 속살같은 이야기로 데워지는 라디오가 있어 그나마 견딜만 한 산골살이. 강원도 구석 동네, 라디오 방송국 디제이를 맡은 최곤(영화 라디오스타에서 주인공)이 이쪽 동네에도 찾아와주면 좋겠어. 성심껏 주파수를 맞추면 흘러간 옛노래가 구성지고 반가운 그런 프로그램 하나 만나고 싶구나. 어젠 누가 라디오에서 ‘동백아가씨’를 간드러지게 불러주더라. 보리까끄레기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난 듣는 내내 눈물이 났다. 라디오를 그냥 켜둔 채 잠이 들기도 자주. 꿈에서 가물가물 들려오는 아무개의 아픈 사연들이 마치 내 사연만 같아….
<임의진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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