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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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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모기떼가 발목을 간질인다. 여기 서있지 마라고. 위험천만이라고. 그래도 어쩌랴. 산맥타고 저 멀리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엔 서러운 곡소리가 나누나. 마음이 어지러워 바삐 뒷산에 올랐다. 그 어른 아끼고 사랑한 만큼 아쉽고 안타깝고 속상했던 마음, 군사독재 후예들이 정권을 잡자 옛정이고 뭣이고 밉기까지 했던 마음, 이제 모두 산바람에 날려버린다. 탄핵 사건 때 아랫고을에선 내가 담임하던 남녘교회가 맨처음 ‘민주주의 염원예배’를 드렸다. 탄핵의 칼부림에 장단 맞추던 구 민주당 일색인 동네였기에 나는 그쪽 관계자들의 입도마에 올라설랑 이후 걸핏하면 만신창이 신세였다. 오늘 그 어른 보내며 그날 설교단에 올라 국악 반주에 맞춰 지역 주민들과 힘차게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 “거친 들판에 솔잎 되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뒷산은 깎아지른 벼랑 바위들로 세로받침인 병풍산이다. 옆동네 추월산의 가막골에서 빨치산의 대부분이 죽고 일부가 여기 병풍산 벼랑에서 대치하다가 최후를 맞았다. 대나무숲 흔들고 가는 바람은 한 때 피바람이었겠구나. 지금도 가끔씩 산벼랑에서 절망한 농부들이 농약을 마시기도 하고, 이 솔숲에서 목을 매기도 하고, 더러는 낭떠러지에서 한스러운 몸을 내던지기도 한다. 나는 벼랑 끝에 떨며 큰 절을 올렸다. 낮고 서러운 넋들이여! 영생무궁하소서.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임의진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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