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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당신의 엄마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436 추천 수 0 2009.08.06 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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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퉁이를 들고 너럭돌에 앉아계시던 아짐은 “허리빼(뼈)가 고장난 뒤로는 눈에 뵈는 것마다 의자로 뵈인단 말이요이.” 볼록거울이 있는 굽이길이라 차라도 덮칠까 어서 일어나시라고 다그쳐도 세월아 네월아. 잠시 소강기상태, 삼인산자락 비구름을 볼짝시면 장맛비 몰아치기 일보 직전, 하여 자벌레도 가랑이를 크게 벌려 걸음하고, 새들은 전투기보다 속력을 내는 중이렷다. 뭉그적대던 아짐은 비 쫄딱 맞기 전에 집으로 잘 들어가셨을까.

남의 집 셋방 살다가 올해서야 서민아파트 집장만을 했다는 둘째딸, 아침밥 안 먹고 학교 간다는 외손자 걱정에 미숫가루 갈아서 부치고, 야들야들한 손목 발목 굵어지라고 한우 뼈다귀도 사서 부쳤다면서 “택배가 내일까정은 분맹히 들어가겄지라이. 우체국 큰애기하고 셍끼손꾸락까지 걸었응게 믿어도 쓸랑가? 꼭 웅구락지(미꾸라지)같이 몌칠 딴데로 샜다가 배달되는 거시기도 있다등마는…” 걱정이 태산이시던데. 딸 넷 중 형편이 가장 어려운 둘째딸 걱정에 아짐은 오후를 읍하고 우체국에서 보내놓고, 기운이 쫙 빠져설랑 “뱃속이 허심허심 하요야. 뻘구덕도 아닌디 발목데기에 심이 없어 전진이 안되요야 전진이…” 앉아서 피시시 웃으시던 그 얼굴. 성한 이빨 하나 없어 물 말아 김치 얹고 훌훌 저녁 진지는 드셨을랑가 몰라.

개들이 짖는다. 개들이 컹컹 짖는다. 장마통에 아직 집에 당도하지 않은 식구들 있다고 개들이 계속 짖는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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