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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려고 하지말고 그냥 놓아라
종교는 처음엔 "채우라"고 하다가 어느 단계에 이르러 "버리라"고 가르친다. 몸과 마음을 비우라고도 한다. 문제는, 버리고 비우는 방법에 대하여, 그것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버리는 방법을 친절하게 일러주는 스승은 별로 없다. 그것을 스스로 터득하는 데 종교의 본령이 있는지 모르겠다. 예수도, 가족을 버리라고만 했지 어떻게 하면 버릴 수 있는 것인지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삼척 살 때, 방에 가끔 지네가 출몰했다. 지네가 보이면 수건이나 걸레로 싸서 바깥마당에 버렸다. 처음엔 지네를 떨쳐버리려 수건을 탁탁 털었지만, 그럴수록 더 수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요령을 알게 되었다. 수건을 펼쳐 돌 위에 얹어 놓으면 지네가 제 발로 걸어서 돌 틈으로 사라졌다. 아주 쉬웠다. 그렇다. 가게 내버려두어라.
애써 버리려 하지말고 그냥 가도록 놓아주어라.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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