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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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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내렸는데 싸납장이 검색원이 위아래로 마구 훑어본다. 추워서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했더니 내가 뭐 테러범처럼 보였나? 그래도 가방을 빼앗아 뒤지거나 하진 않아서 고맙더라. 요쪽 동네는 벌써 겨울 기운이 가득하다. 북풍한설이라고 하는 찬바람의 공장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어. 사시사철 나무들은 푸르고 높다. 변두리로 갈수록 녹음은 더 짙고 사람들은 진중하고 정중하게 행동하며, 간직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북극 여우가 여기까지 내려와 사는 걸까. 꼬리가 하얀 여우 아저씨가 포도주와 맥주가 있는 마을을 부러워하며 쳐다보고 지나간다. 나라 전체가 잘 보전된 자연 속에서 풍요롭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에 의료복지는 지상천국 수준이란다. 오색 단청을 하지 않아도 건물들과 교회당은 붉은 벽돌에 이끼가 서려 차분하고도 아름답다.
“젊은이는 어디서 왔나요? 중국 아니면 일본?” “아니요, 한국 사람입니다. 남한이요….” 지팡이를 짚고 빵을 사러 나온 할머니가 동양인을 신기해한다. 나는 포도주 한 병과 뚱뚱한 소시지를 샀다. “한국 사람들은 뭘 먹어요?” “쌀밥이요. 하지만 나 같은 젊은이들은 술이 주식이기도 하지요.” 포도주병을 흔들자 할머니가 우하하 웃는다. 금니가 살짝 보인다. 우리 동네에서도 늘 보는 누런 금니. 세상 어디를 가도 할머니들은 귀엽더라. 사진기를 꺼냈는데, 할머니는 늙어서 부끄럽다며 젊은 아가씨들이나 많이 찍으란다. 아닌데, 친절하고 곱게 늙으신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데….
정원에 여우와 사슴이 드나드는, 며칠 머물 만한 한적한 민박집을 찾는데 빈 집은 많아도 빌려주는 집은 드물단다. 그 할머니 다시 뵈면 부탁 한 번 드려봐야지. 내일도 그럼 포도주를 사러 나가야겠구나. 추운 백야를 견딜 포도주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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