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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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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루는 아름드리 전나무에 앉았다가 벌거벗은 자작나무 겨드랑이를 간질이기도. 흰 눈에 뒤덮인 침엽의 산골짜기, 통나무 오두막에서 가뜬하게 잠자고 일어나 찬물 세수로 아침을 연다. 멀리서 깡충거리며 길을 걷던 순록은 나뭇가지처럼 생긴 무거운 뿔을 치켜들고 주위를 두리번 여러차례 살핀다. 눈벌판을 뒤져 잘근잘근 생풀을 찾아 씹으며 아침 식사. 저 친구처럼 야생 순록 말고 썰매를 끄는 순록들도 있는데, 국립공원 근처에 가면 기념사진 좋아하는 여행자를 위해 한껏 멋 부리며 포즈도 취해줄 줄 알더라.
핀란드는 지난달부터 겨울 날씨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되어있는 데가 많다. 가장 차분한 건 오히려 교회당이다. 한국처럼 사시사철 빨간 네온십자가와 전투적인 구호의 현수막을 들이대면서 무슨 장사치처럼 야단스럽게 굴지 않는다. 종교란 이토록 점잖고 신중하며 어른스러워야 맞다. 안 그런가.
헬싱키로 가는 길, 핀란드산 부드러운 보드카에 알딸딸 취해서 빨간 루돌프 사슴코가 된 할아버지가 벙어리장갑을 낀 채로 손을 흔든다. 아쉽게 손을 흔들면서 부디 안녕히! 인사한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 낀 성탄절날 산타 말하길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캐럴이 흘러나온다. 여기보단 춥지 않을 스페인이 다음 기착지다. 그쪽 시골 마을에선 스페인어로 캐럴을 배워 불러보리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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