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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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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위 고생과 고난의 길. 맑은 물 백년 묵은 올리브나무들, 골목길로 얼굴을 감싼 사람들. 탑 위에는 풍향계 바람개비가 돌고, 영원히 돌고, 통곡의 안달루시아 속, 오! 길을 잃은 고향 마을이여.” 1936년 우익에 의해 38살 나이에 소련 간첩 빨갱이라는 황당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총살당한 로르카의 시 ‘고향’을 되뇌며 스페인의 마을길을 거닌다. 이제 삼천리 금수강산, 아니 4대강 시멘트강산, 총살만 아니지 아직도 의식 있는 지식인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멍석말이가 자행되는 ‘길을 잃은 고향 마을’로 돌아가야 할 시간. 어젯밤부터 여긴 잔뜩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렸다. 겨울은 쓰라리고 빗물조차 차갑구나.
비행기 시간에 쫓겨 새벽 일찍 택시를 탔는데, 수염이 소보록한 택시기사는 “당신 나라 겨울아침도 이렇게 차갑나요?” 묻는다. “이건 추위도 아니죠. 이빨이 아달달 떨릴 만큼 추워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더 춥죠.” 이빨 떠는 흉내를 내자 “그냥 여기 눌러 살며 겨울을 나고 가지 그래요. 댁의 조국보다 따뜻하다면서요. 아이스크림이 될 사정이 있나봐요. 뜨거운 여자는 차가운 남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법이니까요.” 둘 다 짧은 영어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스페인도 실업률이 높고 옛날과 달리 유럽에선 가난한 나라 축에 낀다. 하지만 여유로운 유머와 문화예술, 엄격함보다는 관대함이 시민사회 어디나 두루 넘친다. 야비한 눈을 굴리는 좀도둑과 날치기 빼곤 더 머물고 싶은 동네지만, 인간은 철새처럼 죽더라도 제 본향에서 죽고 싶은 법. “참, 저는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와 FC 바르셀로나 광팬입니다.” 시집 표지를 들어보이자 택시 기사는 기분이 배나 좋아가지고 “무초 그라시아스(매우 감사!)”를 연발한다. 한국에 여행 온 어떤 외국인이 윤동주, 김소월, 천상병 시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런 날은 언제야 올까.
<임의진 목사·시인>
스페인도 실업률이 높고 옛날과 달리 유럽에선 가난한 나라 축에 낀다. 하지만 여유로운 유머와 문화예술, 엄격함보다는 관대함이 시민사회 어디나 두루 넘친다. 야비한 눈을 굴리는 좀도둑과 날치기 빼곤 더 머물고 싶은 동네지만, 인간은 철새처럼 죽더라도 제 본향에서 죽고 싶은 법. “참, 저는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와 FC 바르셀로나 광팬입니다.” 시집 표지를 들어보이자 택시 기사는 기분이 배나 좋아가지고 “무초 그라시아스(매우 감사!)”를 연발한다. 한국에 여행 온 어떤 외국인이 윤동주, 김소월, 천상병 시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런 날은 언제야 올까.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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