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스페인의 겨울 아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627 추천 수 0 2009.11.28 20:03:24
.........
20091126_01100130000002_01M.jpg 
“민둥산 위 고생과 고난의 길. 맑은 물 백년 묵은 올리브나무들, 골목길로 얼굴을 감싼 사람들. 탑 위에는 풍향계 바람개비가 돌고, 영원히 돌고, 통곡의 안달루시아 속, 오! 길을 잃은 고향 마을이여.” 1936년 우익에 의해 38살 나이에 소련 간첩 빨갱이라는 황당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총살당한 로르카의 시 ‘고향’을 되뇌며 스페인의 마을길을 거닌다. 이제 삼천리 금수강산, 아니 4대강 시멘트강산, 총살만 아니지 아직도 의식 있는 지식인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멍석말이가 자행되는 ‘길을 잃은 고향 마을’로 돌아가야 할 시간. 어젯밤부터 여긴 잔뜩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렸다. 겨울은 쓰라리고 빗물조차 차갑구나.
비행기 시간에 쫓겨 새벽 일찍 택시를 탔는데, 수염이 소보록한 택시기사는 “당신 나라 겨울아침도 이렇게 차갑나요?” 묻는다. “이건 추위도 아니죠. 이빨이 아달달 떨릴 만큼 추워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더 춥죠.” 이빨 떠는 흉내를 내자 “그냥 여기 눌러 살며 겨울을 나고 가지 그래요. 댁의 조국보다 따뜻하다면서요. 아이스크림이 될 사정이 있나봐요. 뜨거운 여자는 차가운 남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법이니까요.” 둘 다 짧은 영어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스페인도 실업률이 높고 옛날과 달리 유럽에선 가난한 나라 축에 낀다. 하지만 여유로운 유머와 문화예술, 엄격함보다는 관대함이 시민사회 어디나 두루 넘친다. 야비한 눈을 굴리는 좀도둑과 날치기 빼곤 더 머물고 싶은 동네지만, 인간은 철새처럼 죽더라도 제 본향에서 죽고 싶은 법. “참, 저는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와 FC 바르셀로나 광팬입니다.” 시집 표지를 들어보이자 택시 기사는 기분이 배나 좋아가지고 “무초 그라시아스(매우 감사!)”를 연발한다. 한국에 여행 온 어떤 외국인이 윤동주, 김소월, 천상병 시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런 날은 언제야 올까.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62 이해인 고백 -사람들로 부터 이해인 2005-07-23 2622
4761 이현주 양인지 개인지 이현주 2007-11-10 2622
4760 홍승표 [서정홍] 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홍승표 2005-01-21 2623
4759 한희철 모두 고마운 세상 한희철 2012-02-19 2623
4758 이해인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이해인 2010-11-19 2624
4757 필로칼리아 건망증 최용우 2011-12-29 2624
4756 김남준 두 가지 인생 김남준 2005-07-19 2625
4755 이해인 어느 아침 이해인 2005-04-24 2626
4754 이해인 빈방 있습니까? 이해인 2005-07-07 2627
4753 이현주 밥먹는 옷 이현주 2007-10-25 2627
» 임의진 [시골편지]스페인의 겨울 아침 file 임의진 2009-11-28 2627
4751 이해인 쓸쓸한 날의 기도 이해인 2005-07-07 2628
4750 이해인 진달래 이해인 2005-08-24 2628
4749 이현주 부활하신 예수님 이현주 2005-05-27 2629
4748 이현주 시간이란 것은 없다. 이현주 2005-05-27 2629
4747 김남준 피상적인 사고의 위험 김남준 2005-08-01 2629
4746 이해인 크리스마스 마음 이해인 2008-03-28 2629
4745 이해인 작은 위로 이해인 2005-05-28 2630
4744 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2005-07-17 2630
4743 이해인 한 방울의 그리움 이해인 2005-07-23 2630
4742 김남준 부드러운 마음 김남준 2005-11-21 2630
4741 한희철 착한 숲 한희철 2012-04-14 2630
4740 한희철 산과 강 한희철 2012-02-06 2631
4739 이해인 주님의 오심으로 이해인 2008-03-28 2631
4738 이해인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2005-07-17 2632
4737 이해인 새해 첫날의 엽서 이해인 2007-01-03 2632
4736 이해인 해를 보는 기쁨 이해인 2007-04-03 2632
4735 필로칼리아 인간과 같은 격정을 가질 수 없는 하나님 사막교부 2008-10-11 2633
4734 이해인 거울 속의 내가 이해인 2005-07-07 2634
4733 필로칼리아 무지 최용우 2011-12-22 2634
4732 이해인 햇빛 일기 -오늘도 이해인 2007-04-03 2634
4731 이현주 안경 file 이현주 2001-12-29 2635
4730 이현주 반찬 안주는 식당 이현주 2005-04-26 2635
4729 김남준 하나님의 정서에 쉽게 흔들리는 마음 김남준 2005-11-21 2635
4728 김남준 사랑의 두 번째 속성은 온유함입니다. 김남준 2012-01-08 263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