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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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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선 혀를 가리켜 ‘쎄’라 한다. 오돌토돌한 혓바닥에 닿는, 아니 쎄에 닿는 맛이 바로 전라도요, 전라도의 정신일 것이다. 세상 도처로 뻗은 길이 온통 사망다발지역 표지판으로 도배되었다 해도, 낮에 먹은 젓갈을 저녁에도 먹고 싶어, 나는 젓갈의 땅으로 운전대를 겁도 없이 돌리고야 말, ‘중독’된 인간이다. 한때 차별로 인하여 감추고 싶었고 탄압에 의해 총알세례를 받기도 했던, 빨치산과 공순이 공돌이 비천한 식모의 한국판 갈릴리. 하지만 오일장 어물전에 놓인 저울은 여전히 ‘덤’의 인정이 준비되어 있고, 오일팔에 자식을 잃은 어미는 여태 소복을 걸치고서 봄을 부끄럼 없이 맞이한다. 예수는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에 쓸 것이냐 했지. 이 짜디짠 젓갈 맛, 민중의 어머니의 속을 절인 맛. 지금은 짠맛이 필요한 시대다.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는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 입맛 없을 때 먹으라고 주신 젓갈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먹으려다 보니 이런, 어머니의 속을 절인 것 아닌가.” 이대흠 시인의 ‘젓갈’이라는 시다. 어머니 산에 뉘시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머니 속 절인 젓갈은 구경조차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내 어머니가 어찌 내 어머니 혼자뿐이겠는가. 길 가다가 오천원짜리 백반 집에 들어가면 젓갈 김치는 물론이고 젓갈 한두 가지는 기본으로 차려준다. 오죽하면 ‘맛있어 죽겠네’라는 감탄을 연발할까. 사바세계의 온갖 해조음 소리, 알씬한 비린내, 짜디짠 인생의 진면목이 삭혀진 젓갈은 한 해 묵어 ‘묵은지’ ‘짠지’가 된 김치에 옹골지게 버무려 있겠구나. 입맛 깔깔할 때 젓갈 김치 한 속 꺼내 깨물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오래오래 삭힌 마음들 다 내려놓고, 헛헛하게 눈물 한 방울 흘리다 가신 어머니 생각에 죄스러워져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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