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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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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남촌에서 쓰는 말 가운데 가장 알아두어야 할 말이 있다면 바로 ‘귄 있다’는 말이다. ‘귀염성이 있다’는 사전적 설명은 귄 있다는 말의 쥐꼬리도 알지 못하는 풀이렷다. 방송에 뜨는 서구 미인을 가리켜 귄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요쪽 어른들은 어린 처자나 갓난쟁이를 가리켜 귄 있다고 보통 그러는데, 그건 미모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이며 바닥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주고 보듬어 챙기는 어떤 친밀한 동질감의 표현이다.
흔하디흔한 아파트촌의 아이들이 타고 노는 인라인 스케이트도 구경이 힘든 남촌에서 동계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은 까마득한 남의 동네 이야기만 같은데, “참말로 고 가시내는 귄이 쫙쫙 흐릅디다!”로 시작되는 김연아 찬사는 지난 한 주간 테레비를 끼고 사시는 마을 어르신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올림픽의 호객행위인 애국주의가 그닥 마음에 차지 않지만, 메달을 목에 건 어린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사랑하는 여러 마음은 대개 따뜻하고 다정하더라. 그 사이 민주주의를 거덜내는 자들의 한심한 소행은 여전하였고, 그래서 나는 더욱 입에 거품을 물며 올림픽 잔치에 찬물을 끼얹었어도… “작두 칼 위에 불쑥 서듯 맹키로 신발짝에, 아니 거시기 칼날 우게 대꿍 올라서가꼬는 빙글빙글 돌다가 막 뛰다가, 한판 큰 굿을 보는 거 같드랑게라. 입서리 뻘겋게 칠한 일본 아그를 그냥 납작코를 맹글어 불드랑게.” 피겨 날을 작두칼로 보는 이런 색다른 할매들의 시선. 한편 값진 메달은 식민지 시절에 태어나신 어르신들의 쌓인 원한을 씻는 한판 굿이기도 했겠다 싶은 생각. 겨울은 가고 바야흐로 봄날. 햇살 좋은 담벼락에 의자를 놓고 앉아 ‘새아그 며늘아기(며느리)’와 딸 손자 자랑을 해가 질 때까지 늘어놓으실 3월. 나는 그런 이바구라면 더 환하게 반기며 맞장구를 쳐 드려야지.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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