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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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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봄눈이 하도 예뻐 두툼한 목도리를 친친 감고 산길로 나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톺아보니 산토끼가 잽싸게 도망을 치는 게 아닌가. 조그만 울에 갇혀 열쇠만한 작은 귀로 쫑긋거리는 불쌍한 집토끼는 종종 보지만, 자유를 만끽하고 사는 산토끼 구경은 참말 오랜만이었다. 웅크리고 있던 바위 밑 낙엽더미가 아직 다습고 아늑하더라. 운동회 하는 꼬마 애들처럼 앞만 보고 달음질친 뒤꽁무니에 대고 박수 한 번 쳐주고 싶었다. 겨울 추위를 이겨낸 장한 토끼. 춥고 배고파도 자유로움이 훨씬 행복하다는 걸 산토끼는 알고 있을까.
“사랑해야 하네, 작은 것들을. 귀 기울여야 하네, 가난한 것들을. 쓰다듬어야 하네, 외로운 것들을.” 강은교 시인의 노래가 숲속에 나직이 울린다. 배고픈 가난 끝에 아마 동네로 내려온 모양인데, 내가 훼방을 놓지는 않았나 뻘쭘 미안해지기도.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 테야.” 초등학생이나 된 듯 마음이 어려져서 동요가 입에 눌어붙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토끼몰이’를 즐긴다. 산에 산토끼도 물론이고 더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몰아세우고 잡아 족치지 말았으면…. 야생의 자유를 즐기며 순하고 맑은 목소리를 내는 산토끼 같은 영혼들은 어느 길모퉁이에서야 만날 수 있을까.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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