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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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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도쿄의 외곽 변두리 지바현. 친구들 집이 이쪽에 몰려 있어 반가운 방문길. 야구방망이 하나 들고 현해탄을 건넌 지바 롯데의 김태균 선수도 아마 근처에 살고 있으리라. 이 동네는 아이들이 몽땅 야구광이다. 오르막 내리막, 잿길 굽어보면 도란도란 야구하느라 공터마다 장관을 이룬다. 지바는 도시화된 바닷가 마을인데 녹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드넓은 숲과 창공을 새들이 독차지하고 사는데, 야구공만은 예외로 삼아주는가. 홈런이라도 날리면 야구공과 새가 마치 단짝 길동무처럼 살갑게 동행하여 날아간다.
야구는 일등부터 꼴찌까지 서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조화를 이루는 단체놀이다.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말 많고 탈도 많은 어떤 쥐방울만한(?) 공놀이와는 다른 점이 무척 많다. 나도 아리살짝 끼어들어 야구공 몇 개를 받아쳐보았다. 벚꽃나무에 걸터앉은 까마귀도 깍깍대면서 내 엉성한 타격 폼을 한심해한다. 일본 역시 입시지옥이라지만 놀 애들은 알아서들 잘 논다. 한국처럼 열이면 열 학원에 붙들려가지 않음만도 부럽기가 한이 없다. 야구부 선수도 아니면서 아이들이 책가방을 던져놓고 볼 빨간 얼굴로 공터의 화창한 날씨를 즐기며 야구를 한다. 순간 나는 공부에 공부, 질식상태로 살아가는 내 나라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쿵하니 무너져 내리는 거 같더라.
야구공과 글러브, 방망이를 죄다 빼앗아 못 놀게 훼방 놓고서 나중에 장성한 뒤 ‘군사작전놀이’라며 총 한자루씩 쥐어주어 사지로 내몰아 죽이려는 어른세대들은 골백번 참회 반성해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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