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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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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내수공업이라 해야 하나. 종이봉투집 하는 이모네를 도와 소량이나마 봉투를 접고 붙인다는, 그래 엄마도 아빠도 저도 지문이 닳아 없다고 적은 서은이의 편지. 소쩍다 솥적다 소쩍새가 배고파 우는 초가을에도, 휘이히 휘이히 가난에 내몰려 죽은 귀신처럼 휘파람새가 우는 봄밤에도 늦도록 불이 켜져 있다는 서은이네. 늦은 답장이 될 엽서에단 봉투를 접는 그 손으로 종이비행기도 접어보라 썼다. 종이비행기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게 될 날이 있을 거라고.
우체국 들른 뒤 고집 센 당나귀 같은 내 자전거는 이왕 아랫녘까지 내려왔으니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가잔다. 늦게 핀 자목련이며 아슴아슴 어둠이 질 때까지 피어있는 민들레가 운동장 구석에서 나를 반긴다. 그런데 소사 아저씨가 다가와 학부모냐고 묻기에 아니라 했다. 그럼 뭐냐고, 윗동네 사는 주민이라 했지. 무슨 일을 하냐고 꼬치꼬치 또 캐묻기에 시를 쓴다 했더니 웃기고 자빠졌다는 얼굴로 냉큼 나가란다. 알았어요 알았어, 아무튼 꽃들에게 작별인사나 하고. 부흥회를 자주 여는 교회는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기도를 많이 한다던데, 그쪽 교회도 기웃거려본다.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나 하는 교인들이 보통 사람들 하는 말귀를 어찌 알아먹겠어. 안에서 굳게 닫힌 철제 문, 다시 자전거를 뒤로 돌린다.
낮엔 어디에도 갈 데가 없어라. 요새 손가락을 다쳐 대통령 아저씨도 즐긴다는 삽질이 나는 어려워. 그래 밭에도 못 가고, 칠팔십 노인도 아닌데 정자에 가서 훈수 장기나 둘 수도 없고 말이다. 새우깡 한 봉지 들고 농로로 진입. 민들레 홀씨가 내 자전거를 뒤따라온다. 나랑 동무하려고 민들레 아기천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종이비행기도 아닌 게 잘도 하늘을 난다. 어디서 비행술을 배운 적도 없을 텐데 말야. 기특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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