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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공동묘지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557 추천 수 0 2010.05.28 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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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고 함께 죽어 공동묘지에 묻힌, 이웃집 아낙과 건넛집 아재.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일찍 숨 거둔 어린아이들은 관도 없이 가마니에 싸여 누워 있으리라. 동네엔 공동묘지가 한군데쯤 딸려 있었다. 귀신 출몰의 옛날이야기에서나 쬐끔 무서운 것이지, 따져보면 동네 샛길로 공동묘지가 있다는 건 큰 위안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낯설고 물선 화장터를 거쳐 비싸게 분양받은 추모공원이나 종교가 다른데도 자식들 땜에 교회 묘지에 뜬금없이 묻혀야 하는 망자들은 웅덩이만한 슬픔으로 아마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게다.

비바람 탱탱 불고 천둥 벼락이 내리쳐도 이웃사촌 아는 또래들과 나란히 누우면 영면의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금세 잊고 금잔디 어루만지며 따사로울 후생의 보금자리. 명성이 자자한 지관이 잡았다는 명당에 외따로 모신 고관대작 묫자리는 쓸쓸하고도 신산하여라. 망자들은 다닥다닥 붙은 농투성이들의 공동묘지가 외려 부러울 따름이다. 거기선 서로들 손을 뻗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꽃 피우며 다음엔 뉘집 할매가 더불어 누우려나 기다림조차 재미지다.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싸운’ 정의의 투사들도 모두 공동묘지에 누워 있다. 권세 높고 떵떵거리는 부자들의 천하명당들과 자기들만의 영화로운 후세 따위 단박에 무너뜨릴 저 거대한 반역과 정화, 평등의 꿈들이 가난한 자들의 공동묘지에 꿈틀거린다. 꿈은 꿈틀거려야 현실로 변하는 법이니까. 도대체 공동묘지에 얼마나 많은 꿈들이 모여야 좋은 세상이 오는 걸까. 얼마나 많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야 새날이 영그는 걸까. 밤이 깊을수록 새날은 가깝다는데….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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