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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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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에 탐나서 정신없이 보네. 장미화야 장미화, 들에 핀 장미화….” 슈베르트의 가곡 ‘들장미’를 종종 입에 머금는 즈음이다. 나비떼처럼 팔랑거리면서 산밭을 오가는 사람들, 찔레꽃이 어찌나 예쁘던지 다들 멈칫하고 꽃바람에 젖어든다. 우리나라 들장미 이름은 찔레꽃, 어둑어둑한 세상에 불켜진 봄밤의 가로등 닮은.
집터에 딸린 채전밭 말고도 양지바른 산밭에 도라지도 심고 매실나무도 가꿀 요량으로 이장 형님에게 한 뙈기 물색해주시라 부탁드렸더니 산길에 인접한 조그만 무덤 터를 한 번 일궈보라신다. 사는 날 동안 그냥 밭은 공짜로 임대, 이장 형님이랑 병어 찜에다 맑은 술 한잔이면 그걸로 계산 끝이 된다. 둘러보니 엄동 혹한에야 피는 성에꽃처럼 세상이 어두울 때 가장 하얗게 핀다는 들장미가 나를 반겨주었다. 혼자 남겨질까봐 졸졸 따라다니던 그림자도 들장미를 보더니만 단번에 반해서 나를 떠나가 버렸다. 그림자도 잃어버리고 돌아온 오후, 한 번 돌무지를 일궈보겠다고 결심을 세웠다. 그리고 산밭에 매달리기를 며칠, 땀으로 멱을 감으면서 낑낑거렸더니만 제법 밭모양이 생겨났다. 친구들은 나라 걱정에 불면증까지 앓는다는데, 나는 피곤에 절어 초저녁에 밥상을 물림과 동시에 곯아떨어지고 만다.
산밭 입구에 핀 들장미, 찔레꽃 덩굴을 보는 맛으로 벌떡 일어난다. 세상 사는 맛이 이 정도면 족한 것인데 너무 과한 욕심들을 부리지는 않는 건지…. 노른자 땅에 피는 돈꽃을 탐하다가 돈독에 오른 사람들은 절대로 모를 테지.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저 아름답고 눈물겨운 들장미를 노래한 슈베르트의 연민 어린 영혼, 그리고 그 향기에 탐이 나서 다가갔다는 한 아이의 맑은 영혼을.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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