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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여름 방학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382 추천 수 0 2010.08.22 13: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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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합해서 물 한줌 그러모을 줄 모르는 남남들인 모래알. 그러나 흙은 너나없이 끌어안고 질어져서 누군들 마다않으니 거기 꽃씨들이 자라고 열매가 맺는 것이다. 빗물창고 먹구름도 겉보기에 그림 같은 양떼구름이 어찌 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똘똘 뭉쳐 빗물을 멀리 운반해서 쩍쩍 갈라진 마른 땅에 단비를 뿌려주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다. 보다 상식적이고 숨쉴 만한 세상은 자기를 비우고 덜어내고 낮출 줄 알 때 열리는 세상이다. 감사하고 뉘우치면 과거는 깨끗이 정리되어 밤별로 높이 뜨고, 희생하고 봉사하면 밝은 미래는 내일의 아침해가 되어 동편에 뜬다.

 주중에 방학식이라고 동네 아이들은 평소와 달리 들뜬 마음으로 학교엘 간다. 당분간 괴물 같은 일제고사를 볼 일이 없을 테니깐 행복한 얼굴들이다. 흙을 닮은 아이들은 등하굣길을 혼자 다니지 않는다. 언니든 형이든 친구든 꼭 함께 어울려 걸어가며 오만가지 장난질이다. 내버려두되 자연과 하늘에 맡기면서 기도로 양육하면 아이들은 절대 비뚤어지지 않고 곧게 자란다. 아이들을 문제지 시험으로 평가하려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뿔뿔이 서열화시켜 모래알로 만드는 짓임을 왜 그렇게 모를까. 전교 1등은 철학자 ‘니체’라고 정답을 쓰겠지만 커닝한 꼴등은 ‘나체’라 쓰고, 옆은 ‘누드’라 약간 고치고, 그 뒤에 앉은 녀석은 ‘알몸’이라고 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니체가 결코 정답이 아니질 않던가. 우리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 흙처럼 섞이고 삭이며 잘 어울리는 아이인지, 아니면 모래알처럼 쏙쏙 빠지고 뽐내려만 들고 외톨이로 재수없다는 소릴 듣는 아이인지, 그것을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 공부는 그 다음 문제 아니겠나.  ⓒ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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