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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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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잠시 짬을 내어 러시아 동쪽을 순례했다. 꿈에 그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지구별의 푸른 눈 바이칼 호수와 무속신앙의 시원지라는 알혼 섬, 누구라도 볼따구니부터 비비고 싶을 귀염둥이 물개 네르파와 바이칼에만 산다는 오물이란 이름의 물고기, 배급제 공산사회에서 그나마 변방의 유배자들에게 숨통을 트워주었다는 다차(주말농장과 오막살이 별채)와 끝도 없이 이어진 흰 뼈들의 자작나무숲, 초기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숨가쁘게 거닐었을 이르쿠츠크 시가지도 죽 둘러보았다. 하루는 속옷까지 다 벗고 알몸뚱이로 바이칼 물속에 뛰어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오싹 추워서 이가 아달달달 떨린다. 세 번 입수하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에 속아서는 아니고, 왠지 바이칼에 가면 얼음을 뚫고서라도 머리카락도 안보이게 잠겨보고 싶었다.
매일 한 병씩 보드카를 비우고 잠이 들었는데, 버릇이 들었나 이젠 전라도 말로 ‘에징간히 마셔가꼬는 기별도 안가’. 러시아 여행이 아니라 사실 보드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보드카에 얼음을 넣고 마실 때마다 바이칼 호수의 차가운 물이 떠올라 숨조차 가빠진다.
광막한 대륙을 포기한 채로 좀생이들은 삼팔선 금지선을 저마다 가슴까지 긋고, 멀쩡한 강에 높다란 보를 쌓아 기계로 만든 물고기나 풀고, 층층칸칸 아파트에 유폐되어 에어컨으로 열대야를 간신히 견디고들 계시는가. 집 가까운 기차역에서 출발하여 백두산 천지로, 멀리 바이칼까지 피서를 떠날 날은 과연 우리 세대엔 불가능한 일일까. 서울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금방 목전에 닥친 듯 보였던 지난 민주정권의 희망이 불씨조차 꺼질까봐 내 마음은 시방 무겁고도 쓰리다. ⓒ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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