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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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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꿈에 누이랑 동무들이랑 옛집에서 놀았는데 눈 떠보니 삐거덕거리는 이층 다락. 다락까지 방이 세 개인 집이라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며 눕고는 한다. 객지 유랑도 병이런가. 집에선 이렇게 병세를 다스리고 있는 중. 아물아물 시린 눈을 비비니 창문 너머 노란색 국화가 단아하게 반긴다.
블록담장에 가로막혀 더 이상 뻗지 못하는 풀들도 담뿍 우거졌어라. 날 좋을 때 이불 빨래도 해서 널고 장롱도 열어두어 거풍도 해야겠는데, 또 우체부 아저씨나 아랫골 아짐씨가
“차말로 마당에 풀이 송신나요야. 물밀디끼(물밀듯이) 퍼자 부렀네. 에씨요, 요노무 호미로 손노락질(손장난) 헌다 셈치고, 맴생이(염소) 풀 뜯대끼 땅부닥에 앉어 김 잠(좀) 매씨요. 어덤뱅이(거지) 집도 아니고 이거시 뭐시다요. 끄끕하게(꿉꿉하게) 살지 잠 말고 개안하게잉(개운하게), 아시겄소?” 퉁퉁 나무라실 것만 같다.
광명한 남향집엔 엽서만한 구름이 머물고, 선한 정신을 가진 새는 새벽 찬송이 구성지구나. 수일 지나면 나무의 요정들은 색조화장을 마친 뒤 골목 골목을 낙엽이 되어 구르면서 바깥나들이를 즐길 태세다. 명절휴일 때 우중산행을 한 일 말고는 줄곧 삼시 세때 밥해 먹으면서 눌러앉아 지냈는데, 구들장 그만 베고, 냉장고 이글루에 의지한 에스키모 놀이도 그만두고 싶어라. 배짱 맞는 친구들 찾아가 실컷 얻어먹으며 놀고만 싶어. 어렸을 땐 여자 얘들이랑 공기놀이도 했었다. 어제 동네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는 걸 봤다. 손등에 하나 둘 공깃돌을 얹다가 한 개라도 놓치면 지는 놀이. 내 인생의 손등에서 떨어트린 친구는 없었는지, 찬바람도 불고 하니까 바람길 따라 흐르면서 떨어트린 친구들 차례차례 주우러 다닐란다. ⓒ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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