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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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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해인 수녀님이 내게 보내주신 편지 봉투엔 책갈피에서 곱게 개어진 마른 풀꽃들이 함께 담겨 있었다. 객지로 이사하며 잃어버렸던 그 작은 선물, 지난 밤 수녀님 시집을 간만에 꺼내 들었는데 고맙게도 거기 숨어 있더라. 대설 즈음, 이다지 추운 날에도 사랑스러운 꽃들은 피어나누나. 창밖에 겨울 나무, 새하얀 눈꽃을 보라. 수녀님 시집엔 책갈피 마른 꽃, 나는 물감을 풀어 붓을 들고 반가운 눈꽃을 그리고 있다. “자꾸 쌓이는 눈 속에 네 이름을 고이 묻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 나 혼자 감당 못할 사랑의 말들은 내 가슴속으로 녹아 흐르고, 나는 그대로 하얀 눈물이 되려는데….”(눈꽃 아가) 수녀님의 시는 현란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간결하여 참 좋다. 그래서 울림이 배나 깊은 거 같다. 수도자나 시인이나 결국 사랑을 노래하는 거 아닌가? 꽃들도 그러하리라. 겨울엔 눈꽃이 피어 사랑을 찬미한다. 제발 그만 지구별을 더럽히고 시릴 만큼 순백한 영혼이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의 배신과 모욕, 위선과 과욕, 시시콜콜 갈등과 분쟁으로 지저분한 세계가 되었다. 돈독이 올라서들 돈을 볼 때야 좋아들 하지 꽃 한 송이 사랑할 줄은 잊어버렸다. 눈이 쌓여 장사를 그르칠까봐 걱정부터 한다면 인생은 되우 서글프고 심심하겠다.
'감당 못할 사랑의 말들’ 대신에 온갖 질시와 비소, 거짓말, 악담, 괴담이 횡횡한다. 무지한 악플러들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파시즘에 사로잡힌 자들이 재결집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를 보며 자라고 있으니 훗날이 두렵고 무섭다. 그대여! 우리부터 어서 공원에 나가 눈꽃을 만져보자. 눈꽃 아래 순백한 영혼들로 거듭나서 영화 <러브 스토리>처럼 뒹굴기도 하여보자. 폴 모리아 악단이 연주하는 ‘Snow floric’을 주제가 삼아 “잡아 볼텨?” 하면서 순진무구 유치한 사랑놀이라도, 오! 우리부터 먼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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