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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무는 길맛가지가 된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980 추천 수 0 2011.03.27 2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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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8. 굽은 나무는 길맛가지가 된다

 

굽은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곧장 자라야 기둥도 되고 서까래도 될 터인데 몸이 굽었으니 땔감으로나 쓸까, 굽은 나무를 어디에 쓸 것인가.
그러나 굽은 나무의 용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보여주듯 굽은 나무는 굽은 대로 쓸모가 있다. 미끈한 나무들이 이런 저런 필요를 따라 베어져 사라질 때에도 굽은 나무는 굽었다는 이유로 잘리지를 않아 조상의 무덤가를 묵묵히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굽은 나무의 소용으로 길마가 있다. 길마란 짐을 실으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하는 것으로, 소 등짝 모양을 따라 시옷자 모양으로 굽어 있다. 곧은 나무를 일부러 굽혀 길마를 만들기는 어려울 터, 오히려 굽은 나무가 길마로는 제격이다.
‘하나님은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믿음을 길마가 되는 굽은 나무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내가 굽은 나무라고 한탄할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굽은 나무라고 무시할 것도 아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아도 그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소용을 알아 인정하는 것, 믿음의 눈이 그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도 자연의 일부, 세상은 비로소 굽은 나무가 있어 온전해지는 것이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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