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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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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여벌의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지니고 다니지 말라 하셨는데, 나는 산에 갈 때 지팡이 하나 몰래살짝 챙겨들고 간다. 여행이 아니라 뭐 산행이니까 눈감아 주시겠지. 변명이 아니라 사막의 수도승들도 지팡이는 기본으로 들고 다녔단다. “말 안 듣는 나귀나 낙타를 다그치는 데 쓰고, 뱀을 쫓을 때와 여자를 보호할 때, 죽은 이를 소생시킬 때도 요긴히 사용한답니다.” 사막교부의 삶을 기록한 책엔 이렇게 적혀 있더라.
내거야 흔한 대나무나 등산용으로 파는 지팡이지만 할머니들은 효자 효녀에게서 선물받은 옻칠까지 번드르르한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아저씨들은 지팡이 대신 몽둥이를 들 때가 많은데, 제발 민주 경찰로 거듭나 주시길. 시골 인심은 푸져서 경찰 아저씨들이 지팡이 짚는 할머니가 버스를 놓쳤을 때 친절하게 태워주는 일도 있다. 아니 적어도 미국 경찰들처럼 수상하다 싶으면 무턱대고 총알부터 발사하지는 않으니 그도 땡큐 베리 머취다.
기력이 쇠한 할머니들은 지팡이 대신 유모차를 끌고 나오시기도. 손자 손녀 받아 키운 뒤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유모차가 살아나와 부축을 돕는데, 먼 거리가 아니라면 제법 보행에 도움을 주는 모양 같다. 게다가 유모차에 아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니 먼지를 날리던 과속 운전자들도 속도를 줄이는 기색이고…. 아이들 대신 호박이랑 양파, 여름엔 수박과 참외가 꼬부랑 할머니께옵서 밀어주는 유모차를 타고 룰루랄라. 지팡이와 유모차가 또 다른 다리 한 짝 한 벌인 게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군가 부축을 해주면 고마울 때가 있다. 지진과 원전 폭발로 두 다리 모두 후들거릴 이웃 나라 일본 주민들, 지팡이와 유모차로 부축해주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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