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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남태평양 바나나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485 추천 수 0 2011.09.04 21: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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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들을 골골샅샅 여행했을 때였다. 싱싱한 바나나와 야자열매에 중독되어 영화 <혹성 탈출>의 주인공이 나로구나 싶었다. 영화에서처럼, 해변에 ‘자유의 여신’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드러누워 있지 않았다면 여기가 어디 다른 혹성인줄 착각했을 것이다. 날것으로 까먹는 바나나가 있는가 하면 기름에 튀겨서 소금을 뿌려 반찬 삼아 먹는 싱거운 바나나도 있더라.

식사 때건 간식 때건 하루 종일 바나나만 먹는 꼴이었다. 원숭이와 사람이 바나나를 나눠 먹으며 사이좋고, 바나나 나무 아래선 “예- 너랑 나랑은 말하자면은 그렇고 그런 사이…” 끼리들 키스를 나누며 행복해 하고… 세계를 방랑하는 히피들과 어울려 앤디 워홀의 바나나 그림이 박힌 티셔츠 차림으로 레게 춤을 추기도.

열대 지방 여행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애를 먹고는 하는데,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 덕분에 체중 유지를 어떻게든 하게 된다.
 
바나나가 없다면 저이들은 대체 뭘 먹고 살까 싶은 빈촌에선 껍질이 검게 상한 바나나도 함부로 내버리지 못하겠더라. 산비탈에서 직접 따온 바나나를 놓고 파는 행상들, 바나나처럼 휜 손으로 나를 부르던 검은 빛깔 아이들.

변함없이 그 길에 좌판을 깔고 앉아 주전부리를 찾는 여행자들을 마냥 기다리고 있겠지. 바나나면 사족을 못 쓰는 원숭이도 맛있게 먹는 걸 보아주는 누가 없으면 외로워서 입맛을 잃고는 한다지.

장날에 나가보면 트럭으로 떼다놓고 바나나를 팔더라. 비교적 값이 싸고 흔한 과일 축에 낀다. 그래도 냉장고를 싫어하는 바나나는 자존심 하나만큼은 대단해. 노란 바나나를 하나 손에 들고 있노라면, 어린 조카랑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아먹을 때면, 남태평양 어디 섬나라에 있는 거 같다. 밥 말리를 틀어놓고 바나나처럼 태양처럼 노란 웃음을 지으면서 춤추고 싶어. 시방은 휴가철. 먼 바다로 못 떠나는 분들이랑 바나나 주스라도 갈아 마셔야지.
 
<글·그림|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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