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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세월
황산개울 다리 건너 충청도 초입
이른바 충청북도 소태면 덕은리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판이 벌어졌다
노장 대 소장
그 나이가 그 나이 같은데 편은 두 편이다
썩썩 낫으로 깎아만든 못생긴 윷을
길바닥 아무데나 던지면 된다
말은 소주병 병 뚜껑에 담배꽁초 네 개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흥이 오른다
윷 한 번 치고는 덩실덩실 춤이 한참이고
저만치 앞선 말 용케 잡고는
얼싸 좋네 얼싸안고 블루스가 그럴듯하다
기분 좋아 한 잔 아쉬워서 한 잔
질펀하게 어울릴 때
술 너무 허지 말어
술 먹다가 세월 다 가
지나가던 한 사람 불쑥 끼어 들자
그게 웬 소리 철모르는 소리
이게 세월이지
암, 이게 세월이야
윷판은 끝날 줄을 모르고
또 하나의 세월은 그렇게 가고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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