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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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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 노인대학에서
오늘은 제가
성당의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시와 편지와
메모를 읽으면서
끝까지 울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도 높였는데
어느 순간
가슴이 미어졌어요
어머니도 한때
노인대학 학생임을
퍽도 자랑스러워 하셨지요
글을 써서 상도 많이 받으시고
방송 출연도 하시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제 이야길 열심히 듣는
어르신들이 오늘은 모두
어머니로 보였습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노인정 구청 성당의 잔치를 다 도시며
기념품을 받아 모아 두었다가
기차를 타고 부산에 와서
수녀 딸들에게 나누어 주며
"이건 내가 수녀들 위해
특별히 모아 둔 거야" 하시던 어머니
하늘나라 대학은 어떠신가요?
저도 어머니처럼 선물을 모아 두었다가
요긴하게 나누어 주는 취미를
날로 발전시켜 가고 있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렇게 나누는 삶은 매우 행복합니다, 어머니
제가 그동안 쓴 어머니 관련 글 중
'빗금 김치' 를 읽어 드리니
다들 좋다며 박수를 쳤답니다
부산 피난 시절 이야길 언급했더니
강의 마치고 나서 어느 어르신이 오시어
"수녀님은 그때 어려서 날 모를 테지만
문걸이네 집에 여러 세대가 세 들어 살 적에
수녀님네는 안쪽에 살았고
저는 갓 결혼한 새댁으로 문간방에 살았지요
어머니도 한 번 뵌 일이 있고
가르멜 수녀원의 언니도 알고 지낸답니다"
하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언젠가 이분을 다시 만나
어머니의 그 시절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답니다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라면
무어라도 다 반갑고도
아름다운 선물이 됩니다 ⓒ이해인(수녀) <엄마/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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