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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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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8-1190 꿈 이야기
1
엄마가 지어 주신
빨간 갑사치마
노랑 저고리 차려입고
동심의 나라에서 꿈을 꾸었어요
예수님도 성모님도
성인들도 다 만났답니다
엄마 떠나신 후엔
지상에서의 저의 꿈도
더욱 순결하고 아름다워졌음을
스스로 감탄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2
어느 아름다운 집
대문 앞에서
기다림에 지친 표정으로
저를 그윽히 바라보시던 엄마
자줏빛 비단 두루마기
단정하게 입으시고
웃을 듯 말 듯
순한 표정으로
말없이 서 계시던 엄마
깨어 보니 꿈이었지만
하루 내내 행복했습니다
다음에 꿈길에 오시거든
물끄러미 저를 바라만 보지 마시고
무어라고 말씀 좀 해보셔요
'잘 있지?'
'반갑구먼!'
'잘 살아야 해'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엄마의 침묵은
사실
더 맑고 깊은 말로
저를 바로 서게 합니다
저의 삶을 숙연하게 합니다
3
연분홍 스웨터를 입고
우리 수녀원 언덕길을
고요히 걸어 내려가시던 엄마
짐 보따리 하나 없이
홀가분한 차림으로
제가 부르는데도
뒤를 돌아보지 않으시고
서둘러 가셨지요
그것이 제가 엄마 생전에 꾼
마지막 꿈이었답니다
그 길의 끝이 어디였는지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저도 때가 되면
엄마처럼 가볍게
뒤돌아봄 없이
떠나야 하는 거지요?
ⓒ이해인(수녀) <엄마/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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