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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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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나는 지구별 반대편 볼리비아에 갔었다. 그쪽은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겨울이고, 겨울이면 여름이 된다. 그러니까 난 겨울여행을 진작 다녀온 것이다. 이미 첫눈도 봤고, 부치지 못할 편지 사각사각 연필을 깎아설랑 밤새 쓰고 지우고,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다.
남미에서도 그야말로 오지요 고립된 산동네 볼리비아. 평화라는 뜻을 지닌 수도 ‘라파스’는 체 게바라가 남미의 존엄과 해방을 꿈꾸며 싸우다 죽은 곳이다. 그러니까 체는 여기서 간첩이었고, 외국인 게릴라였다. 세상은 동전의 앞뒤가 바뀌듯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고, 어제의 거짓이 오늘은 진실로 밝혀지기 마련. 가만 있어도 숨이 헐떡거려지는 고산도시 라파스 입구엔 총을 든 체 게바라의 동상이 여행자들을 처음 반긴다.
대통령도 백인의 후손이 아니라 최초로 원주민 혈통 모랄레스 대통령.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대통령. 십알단이 필요 없는 대통령, 안데스산맥 메아리들도 우렁차게 자랑하는 대통령이라며 주민들은 입에 침이 말랐다. 그는 누구처럼 패션쇼가 아니라 평범한 옷차림을 즐기며 낮게 행보한다. 분리와 배격과 불통의 오만이 아닌 진실과 겸손, 화해의 말로 악수를 청한다. 자잘한 문제야 어디라도 있는 법, 볼리비아는 대통령을 잘 뽑아 지금 남미를 통틀어 변화와 전진의 지도력으로 우뚝 서가고 있는 중이렷다.
길고 험한 배낭여행, 참다 못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엘 갔다. 뜻밖에도 북한 대사관에서 가져다준 달력이 걸려 있었다.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기에 물어보진 않았다. 여행자들은 감이 있다. 음식이라는 조국, 어머니가 차려주신 그리운 밥상. 북에선 ‘고향의 봄’이나 마찬가지인 노래 ‘사향가’를 부르며 남쪽 이모가 해주신 음식을 사다가 나눠먹었을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종북이다 괴뢰다 뭐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과 정의, 사랑과 용서만이 함박눈처럼 내려 쌓여 모든 금지선을, 모든 차단벽을, 모든 철조망을 평화로 덮어버릴 것이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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