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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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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부끄러운 손
오래전 어느 해
가장 뜨거운 여름날
내가 잘 아는
전신마비 장애인을 방문했다.
무엇을 줄까 궁리하다
'그래 더위를 식힐 부채 하나 좋지' 하며
가장 크고 멋진 것을 준비해 갔다
그러나 내가 웃으며 선물을 건넸을 때
그는 웃지 않고 말했다.
'잊으셨어요? 제가 손도 불편하다는 걸?
이 손으로 어찌 부채를 부치라고!'
실망 가득한 그에게 나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되풀이하며
전에도 몇 번 보긴 했지만
불편한 게 내 손이 아니다 보니
그의 손을 잠시 잊었다 했다
남을 배려한다 하면서도
건성일 때가 많음을 반성하였다
어쩔줄 몰라 하며
땀이 더 많이 나던
그때의 내 부끄러운 손
그 이후로 나는
누구에게 선물을 주기 전에
진정 합당한가 아닌가를
더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키웠다.
연탄가스로 옥상에서 떨어져
몸이 많이 상했지만
정신은 더 없이 맑고 지혜로웠던
문학청년 임종욱 아오스딩
지금은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 어디쯤 가있는 그가
이 여름에
나를 다시 부끄럽게 한다.
ⓒ이해인(수녀) <작은 기도/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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