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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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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71.약비
바삭바삭 타 들어간 건 하늘 보고 누워있는 무심한 논다랭이만 아니었습니다. 콩이며 참깨며 당근이며, 맥없이 늘어져 지쳐버린 것 또한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손톱 아프게 파헤친 개울을 따라서 개울 파느라 흘린 땀이나 될까한 가느다란 물줄기 잠시 흐르다 멎고, 쩍쩍 마른 땅보다 먼저 그리고 깊게 패인 건 언제나 처럼 농부의 마음 자리였습니다. 못자리 태울까봐 마른 하늘 구름 찾는 주름진 시선들이 마른 검불 불붙듯 먼저 타 들어갔습니다.
죽는 건 봐도 곡식 죽는 건 못 본다는 농부의 마음으론 불볕더위 가릴 것이 없었습니다.
실컷 비가 내리던 날, 긴 가뭄 언제 였냐 싶게 굵은 빗줄기 시원하게 긋던 날, 내리는 비 홀딱 맞으며 병철씨는 돈 벌러 나갔습니다. 소 몰고 쟁기몰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척척 온몸에 젖은 옷을 붙이며 온통 비를 맞는, 비 맞으며 웃는 병철씨 덤덤한 웃음이 내리는 빗줄기를 모두 멈춰 세울 듯 빗줄기 사이로도 고요했습니다.
마른 가슴 일으키며 약 비가 내렸습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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