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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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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99.도사견과 교회
끝정자 마을회관 뒷집에 사는 안 집사님 네는 많은 축생들이 있습니다. 자식없는 허전함을 축생들을 기르며 달래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영락없는 사람 목소리로 누군가 집에 들어설라치면 커다랗게 인사하는 구관조가 명물입니다. 바보, 이봐요, 어머니 등 말수가 날로 늘어 집사님의 좋은 말동무가 되었습니다. 없는 살림에 큰 맘 먹고 구한 새입니다.
잉꼬부부도 정겹습니다. 한동안 알을 품더니 얼마 전엔 새끼를 세 마리 낳아 식구 수를 늘렸습니다. 심심할 때면 쳇바퀴나 돌리는 다람쥐, 마루는 물론 안방까지가 제 차지인 두 마리 고양이, 시간 맞춰 알 잘 낳는 닭 등 집안이 온통 동물가족입니다.
그중 가장 많은 게 도사견입니다. 얼굴이 험상궂고 덩치는 커다란 놈들이 컹컹 짖어대면 덜컥 겁이 납니다.
며칠 전 도사견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 젖꼭지 숫자보다도 더 많은 열네마리나 낳았습니다. 모두들 놀라고 신기해했습니다.
전에, 그러니까 도사견을 기르고 나서 첫 번 본 새끼 수가 한 마리뿐이었던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습니다. 씨받느라고 들인 돈이 자그마치 십만원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지난번 실망을 보상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열네마리를 낳은 것입니다. 집사님의 기쁨이 여간 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새끼는 한두마리씩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크기도 작게 난 놈들이 엄마젖도 모자랐으니 살기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 전기장판에 재우고, 우유를 먹이는 등 동물 좋아하는 집사님이 백방으로 손을 썼지만 놈들은 눈도 못 뜨고 죽어갔습니다. 살아남은 건 일곱 마리 뿐이었습니다.
집사님 네 들렸다 돌아오는 길, 문득 한국 교회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먼저는 한 마리, 이번에는 열네마리, 집사님 네 도사견 새끼 수는 모두가 비정상입니다. 먼저는 너무 적었고 이번에는 너무 많았습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도 서로가 이름도 얼굴도 모를 만큼 교인이 많은 도시교회와, 점점 수가 줄어들어 서너 명 모여 예배드리는 농촌교회, 모두가 정상적인 모습들이 아닙니다.
어쩜 주어진 상황을 이겨 나가는 게 믿음이라면 지금의 한국 교회는 안집사님 네 도사견이 낳은 두 배 새끼 수와 다를 바 없지 싶습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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