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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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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69.시골학교 졸업식
햇살이 따스했던 지난 2월 16일에는 단강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아침 10시, 졸업식 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졸업식을 하는 학교가 내가 잘못 찾아왔나 싶게 조용했습니다. 여느 졸업식 같으면 꽃과 필름, 선물등을 파는 사람들이 축하하러 온 사람들과 어울려 북적거렸을텐데 그런 이는 아무도 없이 마치 방학한 학교처럼 조용했던 것입니다.
다시 한번 날짜와 시간을 속으로 확인하고선 학교로 들어갔습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정수일 선생님의 안내로 교무실에 들어가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차 한잔을 마신 뒤 졸업식장으로 갔습니다.
검은 휘장에 커다란 태극기가 걸린 졸업식장은 작은 교실 한 칸입니다.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양 옆쪽으로 내빈석과 학부모석을 마련했는데 서너분이 왔을 뿐입니다. 그래도 졸업식엔 꼭 찾아와 상장을 전했던 몇몇 기관장들이 마침 그날 부론초등학교 졸업식과 겹친 탓인지 거의 오질 않았습니다. 학부모 또한 봉철이 아버지와 조귀농에 사는 아주머니 두 분이 참석했을 뿐입니다.
45회 졸업식에 졸업생은 일곱명입니다. 각각 다른 모양의 꽃을 가슴에 단 학생들이 맨 앞에 한줄로 앉았습니다.
한때는 전교생이 3백명이 넘었다는데 45년 쌓이는 연륜을 두고 60여명으로 줄었고 이번 졸업생은 일곱명인 것입니다.
그래도 허전함이 덜했더 건 얼마 전 두 명이 졸업하고 더 이상 학생이 없어 폐교한 같은 군내에 있는 고산초등학교 입암분교에 대한 얘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행히 새해엔 신입생이 많아 작년 전교 네 학급이던 것이 여섯학급이 될 수 있다는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부름으로 식은 시작되었습니다. 기관장들이 참석하지 않아 교장 선생님이 대신 전한 상을 일곱명의 졸업생이 번갈아가며 받았습니다.
시상식 맨 끝순서, 교회에서 마련한 장학금을 전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대로 준비를 못해 커다란 흰 봉투에 붓펜으로 쓴 장학증서를 읽고 장학금을 전했는데 전하는 액수에 비해선 너무 거한 내용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땅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나라 사랑의 길과 하나님 사랑의 길이 황폐해진 농촌을 사랑하고 고향을 지키는 일임을 잘 알기에, 우리는 위 어린이의 졸업을 축하하며 우리의 작은 정성이 고향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빌며 이 장학금을 드립니다.>
교가를 부름으로 졸업식은 끝났고 뒤늦게 참석한 준이 엄마를 따라 아이들은 학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앨범도 꽃도 없는 졸업식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운동장 가득 메운 따뜻한 햇살이 그렇게 무심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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