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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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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74.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마다
달력 한 장의 두께로 한해가 저물고 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볼 때마다 괜시리 가슴이 시리다.
내 한 일 무어라고 벌써 또 한 해가 저무나?
길가마다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하다.
추울수록 옷을 벗는 나무의 묘한 습성, 떨어지기 전 자신의 몸을 가장 현란하게 불지르는 자연의 섭리.
그렇게 떨어진 낙엽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도 하고 또 가끔씩 내리는 찬비를 숨죽여 맞으며 자기 삶을 마감한다.
꼭 이만한 때면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시도시집(時禱詩集)에 나오는 릴케의 아주 짧은 시다.
<오 주여
그들 하나하나에게 그들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그가 사랑, 의미, 그리고 또한 고난을 겪은 그 삶에서 가버리는 죽음을.>
고유한 죽음을 달라는 이 짧은 기도는 그만큼이나 고유한 삶을 달라는 기도가 아닐까?
너무도 흔한 삶
사람마다의 삶이란 그만이 갖는 고유한 빛깔과 크기가 따로 있는 법인데, 그것을 잊고서, 혹은 빼앗기고서 개성 없이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의 그 흔한 삶.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마다 고유한 죽음을 달라던 릴케의 기도를 생각하며, 지금 내 삶의 고유한 빛깔과 크기란 무엇인지 헤아려 보는 계절이 되었음 싶다.(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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