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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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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월드뮤직을 모아 <기차 여행>이란 선곡음반을 낸 일이 있었다. 그즈음 그리스에 다시 다녀왔는데, 아테네역은 우리 동네 버스터미널만큼 작고 허름해서 정겨운 역이었다. 기차를 타고 나는 사도 바울이 사랑의 편지를 써 보냈던 고린도 동네를 찾아갔다. 아그네스 발차의 목소리로 물리도록 들은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의 그 기차에 내가 타게 될 줄이야.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영원히 기억에 남으리. 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네. 우리가 나누었던 시간들은 파도와 같이 멀어지고 밤은 찾아왔는데 당신은 오지 않아라. 당신은 오지 않을 것이네. 비밀을 안고 사라진 당신은 영원히… 기차는 멀리 떠나가고 나 홀로 역에 남았네. 이 슬픔을 가슴에 안고 서럽게 앉아 있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사연을 담은 가슴 아픈 노래다. 우리나라라면 종북 노래라고 아마 일찍이 금지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죽물시장이 성황이던 시절 담양엔 철도가 있었다. 그 흔적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듣기만 했지 보진 못했다. 내 사는 동네까지 철길이 연결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데모를 저렇게 징그럽게 하는지 모르겠네. 월급 편하게 받아먹었으면 되었지….” 터미널 식당에서 남의 일처럼 말하는 영감은 과연 자기 장남이 철도 노동자이고 부득이 파업에 나섰어도 저런 말을 할까 싶었다. 민주사회에서 파업은 모든 성원이 감내해야 할 기본 일상인데….
바퀴벌레를 싣고 달리는 설국열차도 아니고, 기차는 사람을 태우고서 철로를 달린다. 1870년대 푸시킨을 이어 러시아의 동인지 ‘동시대인’을 책임졌던 시인 네크라소프는 노래했다. “민중의 옹호자라는 영광의 길, 드높은 명예는 동시에 독한 폐병과 기찻길 끝 시베리아가 운명처럼 준비되어 있다네. 적대자들이 의기양양하더라도 우리 내부에 있는 힘은 결코 깨트릴 수 없을 것이네.” 선한 의지를 가지고 불의하고 부당한 세상과 싸워나가는 자들에게 바치는 시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기차는 8시에 떠났어도 우리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워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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