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205 추천 수 0 2014.02.24 00:07:26
.........

[시골편지]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월드뮤직을 모아 <기차 여행>이란 선곡음반을 낸 일이 있었다. 그즈음 그리스에 다시 다녀왔는데, 아테네역은 우리 동네 버스터미널만큼 작고 허름해서 정겨운 역이었다. 기차를 타고 나는 사도 바울이 사랑의 편지를 써 보냈던 고린도 동네를 찾아갔다. 아그네스 발차의 목소리로 물리도록 들은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의 그 기차에 내가 타게 될 줄이야.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영원히 기억에 남으리. 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네. 우리가 나누었던 시간들은 파도와 같이 멀어지고 밤은 찾아왔는데 당신은 오지 않아라. 당신은 오지 않을 것이네. 비밀을 안고 사라진 당신은 영원히… 기차는 멀리 떠나가고 나 홀로 역에 남았네. 이 슬픔을 가슴에 안고 서럽게 앉아 있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사연을 담은 가슴 아픈 노래다. 우리나라라면 종북 노래라고 아마 일찍이 금지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죽물시장이 성황이던 시절 담양엔 철도가 있었다. 그 흔적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듣기만 했지 보진 못했다. 내 사는 동네까지 철길이 연결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데모를 저렇게 징그럽게 하는지 모르겠네. 월급 편하게 받아먹었으면 되었지….” 터미널 식당에서 남의 일처럼 말하는 영감은 과연 자기 장남이 철도 노동자이고 부득이 파업에 나섰어도 저런 말을 할까 싶었다. 민주사회에서 파업은 모든 성원이 감내해야 할 기본 일상인데….

 

바퀴벌레를 싣고 달리는 설국열차도 아니고, 기차는 사람을 태우고서 철로를 달린다. 1870년대 푸시킨을 이어 러시아의 동인지 ‘동시대인’을 책임졌던 시인 네크라소프는 노래했다. “민중의 옹호자라는 영광의 길, 드높은 명예는 동시에 독한 폐병과 기찻길 끝 시베리아가 운명처럼 준비되어 있다네. 적대자들이 의기양양하더라도 우리 내부에 있는 힘은 결코 깨트릴 수 없을 것이네.” 선한 의지를 가지고 불의하고 부당한 세상과 싸워나가는 자들에게 바치는 시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기차는 8시에 떠났어도 우리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워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07 이현주 흰떡이여 이현주 2003-05-13 1200
7106 김남준 새벽과 밤에 기도하신이유 김남준 2003-12-14 1200
7105 이현주 떡덩이와 나뭇가지 이현주 2004-03-09 1202
7104 이현주 한 몸에 여러 지체 이현주 2004-03-16 1202
7103 김남준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이 아니듯 김남준 2003-11-12 1203
7102 김남준 공급하는 십자가 [1] 김남준 2003-09-02 1205
7101 김남준 최고의 가치는 "하나님의 뜻" 김남준 2003-11-19 1205
» 임의진 [시골편지]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임의진 2014-02-24 1205
7099 이현주 사랑을 거절하는 것은 이현주 2004-04-08 1206
7098 이현주 걸레만큼만 이현주 2003-03-22 1207
7097 김남준 회심을 기뻐하시는 하나님 김남준 2013-11-12 1207
7096 한희철 울게 하소서 한희철 2013-11-18 1207
7095 한희철 바쁜 목사 한희철 2002-03-18 1209
7094 한희철 이재윤 권사님 한희철 2002-07-30 1209
7093 홍승표 [석영미] 들꽃처럼 홍승표 2004-02-13 1209
7092 이현주 살찌는걸 걱정하는 당신에게 [1] 이현주 2002-03-28 1210
7091 이현주 세례와 죄 이현주 2004-02-01 1210
7090 이해인 추억일기 이해인 2003-11-03 1210
7089 이현주 환란 자체가 [1] 이현주 2004-01-17 1212
7088 한희철 부르고 대답하는 닭들 한희철 2002-04-07 1213
7087 이해인 친구에게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이해인 2003-10-21 1213
7086 김남준 두가지 방법 김남준 2003-12-02 1213
7085 한희철 2129 무심하게 향기나 더하는 한희철 2004-11-01 1213
7084 이현주 시끄러운 건 세상이 아니다 이현주 2013-06-09 1213
7083 김남준 부모의 사명 김남준 2013-11-04 1213
7082 홍승표 [정호승] 수선화에게 홍승표 2002-10-02 1214
7081 홍승표 [홍승표] 검정 고무신 홍승표 2003-01-29 1214
7080 한희철 2814. 고추장사 성목사 한희철 2013-12-23 1215
7079 한희철 뿔 대신 소를 잡다 한희철 2003-04-10 1216
7078 이해인 안개꽃 이해인 2003-10-01 1217
7077 이해인 꿈에 본 바다 이해인 2003-08-28 1217
7076 한희철 봄 8 한희철 2013-04-30 1218
7075 이현주 확신 이현주 2004-03-09 1220
7074 홍승표 [무명] 거짓과 참의 차이 홍승표 2004-05-14 1220
7073 김남준 머물러 있으렵니까? 김남준 2003-10-02 1221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