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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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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팔짱을 낀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
누구 영감이 죽고 홀로되면 그 집에서 며칠 외롭지 않게끔 같이 있어주는 할매들. 상갓집 외등이 꺼지고 자녀들은 직장 때문에 서둘러 고향집을 나서도 주민들은, 이웃사촌들은 미망인의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같이 한방에서 밥을 먹고 잠도 같이 며칠 자준다. 안쓰러워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리해야 진한 위로라 믿고 한마을에서 오래도록 의지하면서 살아온 분들. 자기를 생각하고 자기를 찾는 순간 사랑의 감정은 흐려지며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행위렷다. 내어주고 베풀고 뜻을 맞춰주는 것. 팔을 마주 걸어 팔짱을 낀 연인들은 얼마나 다스울까. 차라리 더 오래 겨울이었으면 좋겠다는 표정들이다. 힝~ 그것만은 절대 아니 되옵니당.
혼자이지 않으면 그대 바라볼 수 없어 몸은 떨어져 존재하여도 항상 당신은 내 안경 너머 가까이에 알씬거리어 반갑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 멀리 떠나시지 않음에 감사드린다. 목관에 들어가 눕기 전까지 자주 만나자던 약속을, 친구들아! 잊지 않았구나. 약속시간 만난 연인들은 팔짱을 끼고 골목마다 독차지다. 누구도 끼어들 수 없고 가를 수 없이 단단한 저 팔짱이여. 그녀가 속삭였다. “이렇게 둘이 같이 죽었으면 좋겠어….”
아직 쓸지 않은 눈길 위로 귀 잘린 고흐가 시익 지나갔다. 찬바람에 시릴 귀가 없는 당신은 참 좋겠다며 말을 걸어 보았다. 고흐는 별을 그리고 오는 길이라 했다. 뜨거운 고구마에 얼음 서린 싱건지 마신 밤마다 화가는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을 부지런히 그렸다.
그믐밤마다 또 하늘에다가 달을 심는 농부를 나는 알고 있다. 모든 씨앗을 정성스럽게 심고 돌보시는 농부님 덕분에 달은 무럭무럭 자라갔다. 누군가 심지 않고 가꾸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저리 탐스럽게 자랄 수 없는 법이렷다. 달이 잘 익어 꿀꺽 삼킬 만큼 되면 배고픈 용이 잽싸게 날아오곤 했다. 용이 달을 물면 그 순간 달은 여의주로 변했다. 우주는 용틀임 끝에 새로이 태어나곤 했다. 달의 날, 음력 설날이 코앞이렷다. 만복이 달빛만큼 깃들기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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