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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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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칠레로 가는 국경버스
황무지 국경을 넘나드는 이층버스는 들쥐도 살지 않는 폐가만큼 낡고 퀴퀴했다. 지린내가 담요에서 풀어진 보푸라기와 함께 실내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칠레로 가는 국경버스, 수도 산티아고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 24시간이 넘게 걸리는 하염없는 직선 하이웨이. 페루의 남단엔 백인들이 훔쳐간 별들이 창공에 촘촘 박혀 있더라. 백인들의 전깃불은 감정 없이 뻣뻣하게 빛날 뿐이지 인디오의 별처럼 그렁거리지도 못하고 일렁거리지도 못한다. 게다가 버스에선 일체의 소리를 아갈잡이하고 틀어놓은 뚱딴지 같은 댄스 뮤직과 잔혹한 할리우드 영화가 고요와 평화를 사랑하는 성숙한 인류를 못살게 괴롭힌다. 친근한 자연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는질는질한 사람 냄새도 없는 직행버스. 그저 억지 잠이나 독서로 모면을 해야 할 밖에. 출발 전에 다박수염을 휘날리며 창문 밖의 공기를 잠시 들이마신다. 아타카마 사막에 멈춰서 두어 밤을 잤던 기억. 맹금과 늑대개가 나도는 그 소읍을 떠나기로 작정할 때까지 밤낮으로 포도주에 반주그레해서 되똥거리며 걸어야 했던 쓸쓸한 여행자.
그런데 고향 가는 버스라는 생각을 가지니 조금씩 정이 드는 것 같아라. 버스는 달리고 광산 기차도 한 방향으로 길을 다툰다. 기차는 길고, 기차는 울고, 기차는 외로이 길을 떠난다. “마지막 기차를 그만 놓치신다면 나는 혼자 떠나고 말겠지. 기적 소릴 들으며 멀리 아주 저 멀리 떠나고 또 떠나고 떠나네. 외투는 때 묻고 나는 무일푼 신세. 이렇겐 고향에 못가네. 마지막 기차를 그만 놓치신다면 나는 혼자 떠나고 말겠지.” 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 ‘500 마일’을 음음~ 불러본다. 외지에서 가난뱅이가 된 출향인은 고향집에 돌아가기가 적이 괴로울 것이리라. 기차 안의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든다. 버스에서도 답례로 손을 흔든다. 안녕! 무사한 여행이길…. 국경을 넘듯 언젠가 우리도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야 할 것이다. 명절에 멀고 먼 고향을 찾아가듯 이 길 위에 후회란 있을 수 없지. 반가운 얼굴을 떠올리면 여행길도 인생길도 힘들지만은 않아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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