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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1959<하루기도/생활성서>45
농부와 성자
어스름 산책길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제 또래 농부를 만났어요.
맥고모자로 덮은 마른 얼굴엔 주름이 깊었고
어깨에 괭이를 맨 모습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방금 걸어나온 남자 같았습니다.
말없이 목례하고 지나치는데, 갑자기 성자를 본 기분이었어요.
고단한 일터에서 지친 몸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
그가 성자 아니면 누가 성자겠습니까?
예, 그래요.
세상이 아직 이렇게 망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구석구석에 숨은 성자들이 살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의인 열 사람이 살아 있어서, 그래서 세상이 남아 있는 거예요.
멀리서 돌아보니, 그의 움직임이 하도 더뎌서
밭둑에 세워 둔 허수아비처럼 보이더군요.
주님, 그 농부에게 오늘 밤 당신의 자비로 축복하소서.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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