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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1976<하루기도/생활성서>62
사람의 아들
아침, 산책길에서
향기롭게 익은 사과 열매와 퀴퀴한 냄새의 거름더미를
똑같은 밝음과 따뜻함으로 어루만지는 햇살에 깜짝 놀랐습니다.
주님, 하늘의 저 무차별을 제가 닮을 순 없는 걸까요?
그래서 아내의 아픔과
맞은 편 병상 할머니의 아픔을 똑같이 아파할 순 없는 걸까요?
아무래도 제 평생에 그런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대통령의 죽음과 이웃집 할아버지의 죽음을
똑같은 크기로 애도할 만큼 성숙한 '사람의 아들'이
될 수는 없겠지요?
그렇게 못 돼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주님
이제부터 사과 열매와 거름더미를
같은 밝음과 따뜻함으로 애무하는 햇살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은 저의 이 마음만큼은 받아 주십시오.
이 마음 하나 품고서
죽는 순간까지 저에게 주어진 길을 걷겠습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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