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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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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달빛에 북받치는 하울링
면사무소 주변으로 거미가 구석마다 돌돌 집을 말듯 오종종 생겨난 가게들을 보자. 영화 <러브레터>에 나올 법한 작고 예쁜 우체국, 낮잠을 주무셔도 될 거 같이 심심한 파출소, 촌티 파마의 지존 샴푸요정 미용실, 떡보 아지매들의 쿵덕덕 방앗간, 검고 징그럽게 생긴 미꾸라지를 놓고 파는 부식가게, 선량한 아재가 하얗게 탄 연탄을 갈고 서있는 카센타, 유일하게 젊고 볼 빨간 멸종위기의 아가씨를 구경할 수 있는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탕수육에 짜장면 곱빼기 아니면 배달조차 안 해주는 중국음식점, 겨우내 화투판이요, 말버릇이 밉상인 복덕방 타짜 아재들, 무더기로 높게 쌓아두고 시음도 국그릇인 인심 짱 칡즙 장수, 다단계 사원교육처럼 일사불란 ‘주여! 삼창’으로 하울링 중인 장로교회, 수북 명물 왕갈비 식당 배부른 돼지가족의 미소까지 온 동네가 무탈한 연초 풍경이렷다.
대로변을 잽싸게 달려가는 허스키는 두정리 장씨네 똥개가 아니런가. 순종이 아닌 잡종이라 똥개라며 놀리지만 허스키는 곧 죽어도 허스키. 어인 일로 굵은 목줄을 끊고 도망친 겔까. 밸 앤 세바스찬의 노래, 눈밭의 여우(The Fox in the Snow) 가사처럼 단지 먹을 걸 찾아 이 먼 곳까지 달려온 건 아닐 테고…. 개들의 사랑, 개들의 연애담, 개들의 마을이기도 하겠구나, 미안 쏘리.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 가까이 시간이 지나갔다. 여우가 뛰듯 날래고 잽싼 시침과 분침. 이스트 한 줌에 주먹만큼 부풀어 오르는 빵이여. 달 또한 그리운 마음만큼 부풀어 오르는가봐. 까치까치 양력설이 아닌 우리우리 음력설이 다가오고 있음이로다. 양력은 서양인들의 시간이고 우리는 수수만년 음력으로 살아왔다. 달빛에 물든 얼굴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겨레다. 달빛에 하울링하는 에스키모의 개 허스키도 아리랑 고개 넘어 이 해뜨는 조선까지 따라왔을 것이다. 밤이면 종종 아랫동네에서 키우는 시베리안 허스키가 달빛에 북받치는 하울링이다. 처음엔 늑대가 동물원을 탈출했는가 싶었다. “사람들아! 너희도 제발 하울링을 나누어라. 사랑한다고 외쳐라!” 그리하여 지금, 그리움의 하울링을 할 차례렷다. 너무 보고 싶으면 있는 힘껏 달려가자. 도망쳐가자. 쇠사슬을 끊고.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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