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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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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금메달 토끼 이빨
사람은 아플 때가 있고 건강하게 팔팔 뛰는 때가 있다. 장사도 잘되고 잘나가는 때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애써도 파리나 날리는 때가 있다. 그런데 회복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곁을 떠난다. 친구란 어렵고 힘든 때 같이 동행해주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좋은 일만 생길 때, 재물과 권세를 쥐고 있을 때, 경사에 달라붙어 아부조로 축하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많다.
운동선수들은 더 그런 거 같다. 부상 시기에 그 곁을 지켜준다면 얼마나 큰 위안일까.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선수가 국적을 바꿔 부상을 말끔히 치료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일로 국민들 속이 어수선했다. 다른 사정은 잘 모르겠고, 아플 때 버림을 받으면 많이 서럽고 분할 것이다. 달면 가까이 하고 쓰면 뱉는 일들 때문에 세상 사는 맛이 곱절이나 씁쓸하고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올림픽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우리 동네 할매들 이빨을 보면 금메달이 몇 개다. 누런 금이빨, 누런 황금 메달을 반짝거리며 스케이팅하듯 한 바퀴씩 동네를 돌면서 어릿광대가 아닌 늙은 광대를 보내주오 갈라쇼를 하고 댕기신다.
최소한 금메달 3연패. 요새 치과에선 금니를 잘 하지 않지만 예전에 맞춰서 그냥저냥 불편한 대로 칠십 팔십 연세, 하지만 깍두기를 씹지 못하고 호물호물 녹여 드신다.
아직은 산토끼처럼 날렵하게 달리기도 하시는데, 이빨은 금메달. 나는 거기다 대고 엉뚱망뚱하게도 베사메무초를 배경음악으로 깔아드린다.
할매들의 갈라쇼 지정곡.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초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베사메무초야 리라꽃같이 귀여운 아가씨. 베사메무초야 그대는 외로운 산타마리아, 베사메무초야 그대는 정열의 불타는 세뇨리타….” 그렇다. 리라꽃이 지고 있다.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금빛 석양의 황혼기, 인생은 모두가 금메달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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