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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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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솔솔 춘곤증
벚꽃 진다. 하얀 두루마리 화장지가 돌돌 풀리듯 하얀 꽃잎이 쏟아져 날리고 첫눈만 같아 잠깐 좋았다가 끝인 걸 알게 되어 눈물이 찔끔. 벚꽃 지니 사람도 지는 건가. 할머니 꾸벅꾸벅 툇마루에서 졸다가 아예 방으로 기어들어가 이불 깔고 본격적으로 깊은 잠…. 춘곤증의 봄날이 고단한 인생을 위로하고 있음이렷다. 언젠가는 일어서지 못할 깊은 잠에 빠져드시겠지.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사람을 만나고는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충분히 자고 충분히 뒹굴뒹굴 그렇게 ‘놀고먹으며’ 살아야지 너무 허둥대며 일중독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은 서글프고 가엽다.
고양이도 솔솔 자고 개도 늘어지고 일개미도 잠깐 허리를 펴며 드러눕는 시간. 봄날이라고 바깥일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정신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춘곤증이 고맙게 찾아오는 것이렷다. ‘시에스타’ 낮잠을 자는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도 좀 그렇게 여유를 가지며 살면 안되는가. 잠을 줄이고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 아프다. 밤에 푹 잘 자고 낮에도 잠 오면 적당히 잠도 자고 그렇게 아이들이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은 단잠 속 꿈을 글과 그림으로 옮겨 <바리>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맛깔나는 글과 그림으로 반가웠는데 내가 관장으로 있는 메이홀에서 지금 삽화를 전시 중이다. “꿈에서 난 그림을 건져 올리니깐 잠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몰라. 그랑께 나는 얼른 가서 잠이나 잘라네. 임 목사는 더 놀다가 자셔잉.” 그러곤 주무시러 먼저 자리를 일어나시는 거다. 거 참 도망치시는 방법도 가지가지시넹.
고된 일과 관계망에 치여 기침과 몸살로 탈이 난 이웃들이 긴 하품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푸른 별빛이 이마로 떨어지면 고맙게도 별빛처럼 잠이 쏟아지고 개밥바라기별이 이제 그만 눈을 붙이라고 깜박깜박 눈치까지 주고…. 아, 당신과 같이 잠들고 싶은 봄날.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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