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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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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태초에, 하느님 말씀 이전에, 침묵이 있었다. 세상의 고요는 착 가라앉은 아침 안개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시골 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조용하다는 것이다. 조용한 것이 즐거운 것인가 반문한다면 딱히 답을 드릴 말은 없다. 하지만 ‘즐겁다’란 표현은 ‘좋다’는 말보다 더 적극적인지라 대뜸 고집하고 싶다. 사람도 죽으면 고요로 돌아간다. 모든 죽음은 고요 속에서 참 안식을 누리게 된다. 되돌아갔다, 되돌아가셨다, 어디로? 고요함으로… 집터 닦는다고 기계소음이 괴롭히는 날도 있으나 대개 아무 방해 없이 조용한 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전축에 노래도 듣고 그러는데 다른 잡음 없이 곱게 뽑아지는 소리에 황홀할 따름. 음악도 어쩌다 한번 작정하고 들어야 좋은 것이지 허구한 날 크게 틀어놓으면 소음에 다름 아니다. 층간소음은 공중의 번개 소리 말고는 제로지역이다. 어르신들 모두 꽃놀이 가고 없는 날 어찌나 동네가 조용하던지 그야말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이장님 고래고래 일장연설인 동네방송, 고물장수 반복 테이프 방송, 약수가든 사장님의 곗날 고성방가 뽕짝 타임은 그래 귀엽게 봐준다.
삐딱한 사람이라 모두가 동네를 빠져나가도 꼭 한 사람 남아있다면 그건 나일 것이다. 모두가 잔칫집에 놀러가도 나만 혼자 남아설랑 방에서 책이나 읽으며 뒹굴뒹굴. 누구 말 듣고 사는 것 질색이라 알아서 혼자 잘 산다. 남의 말, 윗선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믿고(듣고) 살다간 큰 변을 당하기 십상인지라 산중에서 나 나름대로 무정부적으로 알아서 서바이벌. 무엇보다 먼저, 안 나대기. 친구들 불러 마당에서 고기 굽고 떠들지 않기. 시골살이 초짜들이나 육식 캠핑족 흉내 내며 밤별을 검게 그을려 놓는다. 나는 두문불출이라 어떻게 사는지 이웃들도 잘 몰라. 개도 주인 닮아 도둑이 온대도 짖지 않고 째려볼 뿐인 그런 순한 개들.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요란하지 않은가? 건물 밖으로 난 스피커 때문에 정신없는 거리들. 진실이 빠진 거짓 언론도 지겨운 잔소리.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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