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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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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동방예의지국
우리 동네 새로 뽑힌 이장은 사람들이 있건 없건 “야 의진아!” 하면서 막 하대를 해대는데 목젖이 부어오를 정도다. 엊그제는 “이 시발 놈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친근함(?)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나도 나잇값 못하고 살지만 열 손가락 몇 번 흔들어야 하는 연령대인데… 흐~ 쥐뿔만한 완장으로 똥폼을 잡기 위함일 게다. 어이 상실, 귀여운 울 동네 이장님.
내가 형이라고 다정히 부르는 사람은 진짜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말을 내리고 편히 하대하는 동생도 정말 몇 되지 않아. 강의 나갈 땐 어린 학생에게도 높임말을 사용했다. 어린 제자일수록 귀하게 공경하여 모시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럼 버릇없어진다고? 보고 배우는 것일진대 어른이 버릇없으니 아이들이 따라서 버릇없어지는 거겠지.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면 그쪽에선 무조건 반말인데 나는 “자네는 어떠신가”. 정말 마음이 가까운 사람 아니면 애 엄마, 애 아빠가 된 벗한테 함부로 말을 내릴 수 없음이다. 동갑내기에게 높이며 대하는 게 남들이 봐선 친하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적당한 거리가 느껴져 두고두고 좋다. 어느 철없는 대안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어른을 친구로 대하라며 교내에서 선생님에게 반말 짓거리를 한다는 얘길 들었다. 외계인들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그러려면 모두 높임말을 써야 맞지. 별의별 사이비 대안이 다 있구나 그랬다.
사람에 대한 공경심이 사라진 세상. 목숨과 인격이 먼저가 아니라 가진 재물, 알량한 삼일천하 권력이 망나니 칼춤을 추는 세상. 먼 나라 대통령은 검정 정장을 차려입고 애도를 표하러 찾아왔는데 눈물 콧물 국상 중에 상주가 밝은 하늘색 옷차림이라니. 변명이랍시고 하늘색은 창조, 도전, 청운, 꿈, 미래, 젊음, 도전, 긍정, 영생의 의미라던가. 구둣발로 아이들 거처하는 방에 터벅터벅 들어가는 북쪽 나라 장군님 또한 한 치도 뒤지지 않으시고…. 구원인지 십원인지 구원파 교주는 예의 없이 모세 할아버지를 세모라고 성까지 갈아버리지를 않나. 헐! 진짜 답이 없네. 허울뿐인 동방예의지국에서 속이 까맣게 탄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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