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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나무애미타불’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603 추천 수 0 2014.05.14 2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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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나무애미타불’


팽목항에 걸린 글귀가 비구름처럼 글썽거린다. “그동안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봄꽃이 가을꽃보다 일찍 지듯 눈물이 바다보다 먼저 짠맛으로 흘러내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잃고 난 뒤, 맑은 국물에 소금이 풀어지듯 미래가 삽시간에 녹아 사라진 걸 안 뒤에야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다네. 손에 잡았던 것, 귀하게 알고 아꼈던 것들. 이런 모든 걸 잃고 난 뒤 사랑 없는 풍경은 참으로 황량만 하여라.” 팔레스타인의 시인 ‘나오미 시하브 나이’의 시를 베껴 적은 공책을 살짝 뒤적여본다. 송화가 핀 솔숲 그늘 아래 담요를 깔아놓고 소풍을 즐겼다.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Plaisir D’amour….”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로 듣다가, 트윈폴리오의 번안곡으로 듣다가…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어느덧 해지고 어둠이 쌓여오면 서글픈 눈물은 별빛에 씻기네. 사라진 별이여 영원한 사랑이여. 눈물의 은하수 건너서 만나리. 그대여 내 사랑 어디서 나를 보나. 잡힐 듯 멀어진 무지개 꿈인가….”


고추밭 토마토밭 채전밭의 어린 것들에게 때마다 물을 흠뻑 준다. 작은 호롱불빛처럼 야생화도 피었는데 덤으로 너도 “옜다!”. 텃밭과 꽃밭을 오가면서 비중을 어떻게든 꽃밭으로 두려고 하는데,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니깐. 가난하지만 행복한 내 사랑 내 밭작물들.

“문복쟁이(점쟁이) 제 사주 못보대끼 촌에 산다고 죄 농사를 잘 짓는 건 아니재라. 안쓰러지게 맹기라줄라먼 대에다가 꽉하니 잡아 묶어야 써요. 그라고 물 보타 죽지 앙커코롬(않게끔) 유제(이웃)만 믿지 말고(내가 집을 자주 비우니 밭작물 염려되어 가끔 물을 주시고는), 신경 제깐 쓰고 사쑈잉.” 비중을 텃밭으로 당겨주는 할매의 일성. “고추 하날 키워도 이라고 심(힘)이 든디 하물며 아그들 키우는 맘은 으짜겄소. 꽃도 못피워 보고 일찍 가불믄 그 애미 속이 젓갈 속이겄재. 아이고 나무애미타불.” 그래 아미가 아니라 애미겠지. 우리 동네 할매 부처님은 요새 부쩍 나무아미타불을 입에 달고 사신다. 아니 나무애미타불을….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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