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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1998<하루기도/생활성서>84
주님의 속삭임
해거름에 풀이 우거진 밭을 삽으로 갈아엎었습니다.
싱싱한 푸른 잎이 땅 속에 묻혀 사라지고
그렇게 풀들은 죽어갔지요.
속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풀이 속삭입니다.
아니라고
나는 죽지 않는다고
주어진 운명을 말없이 받아들일 따름이라고
세상에 죽는 건 없다고
안주인이 여기에 당근을 심겠다고 하니
며칠 있으면 내가 당근 모습으로
다시 푸른 잎에 햇살을 받을 것이라고
그러니 조금도 미안할 것 없다고
듣자니, 그건 그냥 풀의 속삭임이 아니었어요.
고맙습니다, 주님.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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