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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2001<하루기도/생활성서>87
어둠, 생명의 원천
삽으로 밭을 갈아엎다가 개미굴을 건드렸어요.
하얀 알들이 거죽으로 드러나면서
뜻밖의 비상 사태에 황급히 대처하는 개미들이 보였습니다.
미안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 그냥 두고 몇 삽 더 뜨다보니
어느새 개미알들이 보이지 않는 거에요.
햇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서둘러 옮긴 게 분명합니다.
예, 그래요 주님
개미들도 땅 위에 나와 활동하기 전,
어둠 속에서 안으로 익어 가는 시기가 있어야 하는 거라면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것 있겠습니까?
우선 저부터도 일체의 빛이 닿을 수 없는 어미의 자궁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열 달을 참고 기다렸지요.
저로 하여금 그 시절을 자주 기억하고
저에게 다가오는 어둠을 차라리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빛을 내신 주님이 어둠 또한 내셨음을
그런즉 세상의 어둠 또한 싸워 물리칠 원수가 아님을
이제 비로소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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