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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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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47. 이선생님께 드립니다2
한희철씨
보낸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준데 대하여는 지은이로써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희철씨를 볼 때 꽤나 할 일이 없는 사람 같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읽고 독후감 쓰는 책을 어른이 시시콜콜 따진다는 자체가 몹시 기분이 나쁩니다. 내가 볼 때 희철씨 나이가 40을 넘지 않았으리라 믿습니다. 내 나이 금년 62세로 작년에 환갑을 지냈고 교직 생활 40년 아이들 책 15-6권이 있습니다.
녹색사무국장이 녹색상을 탔다고 하는데 이건 오바센스도 너무했습니다. 사무국장이라서 문학상을 탄 것 아닙니다. 이 상은 회장이 주는 거지 사무국장이 만드는 상이 아닙니다.
저도 사골에서 자랐습니다. 바로 「안녕. 아기공룡!」의 주 무대인 계방산 자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거기를 배경으로 동화를 꾸였습니다. 글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보는 각도에서 다를 수 있지요. 그러나 이건 초등학교 2-3학년용임을 명심하십시오.
희철씨가 4학년, 2학년이 있다니 만일 2학년짜리가 내 책을 읽었다면 그것은 학부모가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가가 많지만 아이들이 읽을 만한 좋은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책 내용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시비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그래서 나보다 인생 후배니 내 하나 충고합니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남의 글꼬리나 물고 신경쓰지 마시고 다른데 신경 쓰세요. 그게 희철씨의 건강에도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7년 9월11일 <안녕! 아기공룡>저자 이 00 씀.
지난번 ‘얘기마을’(520호, 목회수첩 1544)을 읽은 분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지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단강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규민이가 독후감을 써 가는 것이 숙제라며 책을 한 권 가져왔다. 규민이가 독후감 쓰는 것을 어려워해 도와줄 겸 책을 같이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구미호’며 ‘복제’며 아이들 편에서 보자면 아무리 흥미를 위해서라도 한번 더 생각해야 할 표현들이었다. 그런데 결국 지은이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끝내 받아들이기 힘든 두 가지 점이 펜을 들게 했다.
먼저, 비환경적인태도 였다. 그 책이 ‘환경추천도서’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지만 실은 자극히 비환경적인태도를 취하는 부분이 있었다. 계방산 자락에 댐을 건설하는 부분이었는데, 책 내용에 의하면 주민들이 건설을 반대한 유일한 이유는 ‘수량이 적어서’였다. ‘수량이 적다’고 이유를 대던 마을 주민들이 ‘물은 모으면 된다’는 두 사람의 박사 말에 그냥 넘어간다. 지금도 인제 내린천에 세우려는 댐을 막기 위해 그곳 주민들이 생존권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책 속에선 ‘물이 적어 댐을 못 만든다’던 주민들이 ‘물은 모으면 된다’는 박사 말에 그냥 넘어가고 있다.
무엇이 어떤 태도가 아이들에게 환경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일까? 둑을 막아 물이 고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댐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일까?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 한 가지, 사실 두 번째 이유는 굉장히 참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농부들을 무시하는 거듭된 표현들이었다. 댐을 만드는 대신 공원을 만들어주고, 댐에 잠기게 되는 마을 사람들을 공원의 관리인으로 취직시켜주겠다는 박사들의 제안에, 아, 농부들은 너무나도 비굴해지고 만다.
‘우리가 무식해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손을 살살 비비며 아양을 떨고’, ‘덩실덩실 춤을 출 마음’으로 ‘좋아서 침까지 흘리고’, 박사 앞에 ‘절을 여 러번 하고 돌아간다.’ 이럴 수가... 허탈함과 분노에 책을 계속 읽기가 어려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 표지 안쪽에 지은이의 주소가 적혀 있었고 나는 이내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가 바로 얘기마을 520호 (목회수첩 1544)이다.
학교를 찾아가 이야기를 했더니 교장, 교감 선생님이 당황하며, 책을 미리 읽어보지 않고 학생들에게 책을 사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보여주는 공문을 보니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인데 출판사가 문교부에 협조를 요청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 책을 성심성의껏 읽고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라 해서 권한 걸까.
마땅히 책을 신중하게 읽고 결정해야 할 곳곳의 책임자들이 무책임하게 위에서 내려온 공문을 따른 것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편지를 보낸 며칠 뒤에 답장이 왔다. 답장을 받고 다시 한번 황당했다. 망설이다가 답장을 그대로 옮겨 싣기로 했다. 그게 형평성의 원칙에 맞겠다 싶었다. 내 생각만 일방적으로 싣는 것보다는 지은이의 생각을 함께 싣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편지를 읽은 아내는 ‘당신의 적수가 아니니 더 이상은 상대 말라’고 말을 하는데 얘기마을 가족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지은이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무책임한 처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은가 싶은데 편지를 읽고서는 말문이 막히니.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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